한국은행과 삼성전자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술을 함께 연구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워치 등에서 한은 CBDC로 결제와 송금을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거래 과정의 문제를 점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한은은 15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오프라인 CBDC 기술 연구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식에는 최원준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과 이승헌 한은 부총재가 참석했다.

CBDC는 각국 중앙은행이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 기술 등을 활용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민간 암호화폐가 국가 간 거래와 재산가치 평가 등에서 아직 법적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과 달리 CBDC는 국가가 공인해 중앙은행이 발행·관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존의 지폐 등 명목화폐를 디지털화폐가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디지털화폐 패권을 놓고 물밑 경쟁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은이 진행한 ‘CBDC 모의실험 연구’ 2단계 사업에 참여해 송금인과 수취인의 거래 기기가 모두 인터넷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상황에서 근접무선통신(NFC)을 통해 송금과 결제를 하는 기술을 테스트했다. 삼성전자 모바일기기에 장착된 보안 칩셋 내에서 거래가 이뤄져 보안 수준이 글로벌 최고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은과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워치 등을 활용해 오프라인 결제 시 우려되는 보안 위험을 최소화하고,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결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총재는 “삼성전자와 함께 만든 오프라인 CBDC 기술은 전 세계 중앙은행 중 최초로 개발한 것”이라며 “협약 체결을 통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활발히 연구 중인 오프라인 CBDC 기술 분야를 한국이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한은과의 협업을 통해 삼성전자가 보유한 고도의 보안 기술력을 디지털 화폐 분야에 적용해 볼 수 있었다”며 “이 협력을 기반으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오프라인 CBDC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