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극작가] '빨간 마후라' 극본 쓰고 이어령·이중섭 등 발굴
영화 ‘빨간 마후라’. 1964년 개봉해 관객 25만 명을 동원한 전설적인 작품이다. 극본을 쓴 사람은 극작가이자 소설가 한운사(1923~2009년)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충북 괴산 출신으로 본명은 한간남. 그는 청주상업중학(5년제)을 졸업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주오대에 진학했지만 곧 학병으로 끌려갔다. 해방 후 서울대 불문과에 입학했고, 생계를 위해 극작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한 작가는 ‘1세대 방송작가’로 꼽힌다. 영화 ‘남과 북’, 장편소설 <현해탄은 알고 있다>, ‘새마을 노래’로 알려진 ‘잘살아 보세’ 가사…. 라디오·TV드라마 극본과 영화 시나리오, 소설 등을 넘나들며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1964년 최초의 TV 일일극 ‘눈이 내리는데’를 집필하는 등 당대 가장 유명한 극작가였다. 그의 작품은 식민지 조선의 비참한 실상 등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특징이다.

집필 외 활동도 화려했다. 한국일보 문화부장으로 재직할 때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어령 선생에게 2면 전면을 내줘 한국 문단을 발칵 뒤집어놓은 평론 ‘우상의 파괴’를 발표할 기회를 줬다. 무명이었던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을 신문에 처음 소개한 것도 그였다고 전해진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