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기업어음(CP) 발행이 올 들어 급증하면서 단기 자금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전기요금 인상안이 발표됐지만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 한전은 당분간 CP 등을 통해 자금 조달을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CP 발행 잔액은 올 들어 약 1조8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작년 말 겪은 자금시장 혼란을 의식해 한전채 발행 자제를 요청하자 한전이 올 들어 CP 발행을 크게 늘린 결과다.

전기요금이 16일부터 ㎾h당 8원 인상되지만 한전은 CP와 한전채 발행 물량을 크게 줄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한전 CP 발행이 급증했지만 아직까지 자금시장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채권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올해 들어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자금이 풍부해져 CP 투자 수요가 확대됐다”며 “한전 CP 물량이 아직까지는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 설정금액은 지난 11일 현재 180조5545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 151조5274억원에서 약 29조원 증가했다. MMF는 주로 CP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한전의 CP 발행 금리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12일 발행된 한전 CP 3개월물 금리는 연 3.63%로 매겨졌다. 같은 날 한전 CP와 동일한 A1등급 CP 3개월물의 평균 발행 금리는 연 3.97%였다.

한전의 CP 발행이 계속 늘어나면 회사채 시장에서 신용도 높은 한전채로 자금이 쏠렸던 ‘블랙홀’ 현상이 단기 자금시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지난해처럼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되면 한전의 CP 발행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기요금이 한전 현실을 반영해 제대로 인상되기 전까진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장현주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