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 탄소 규제로 수요 늘어…생산차질 겹쳐 가격 급등 [원자재 포커스]
백금 가격이 상승 중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선물 백금 가격은 2월 트로이온스당 907.9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000달러를 돌파했다. 15일 종가는 1074.70 달러였다.

백금 가격의 상승은 최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력난의 영향이 크다. 남아공은 세계 최대 백금 생산국이다. 그런데 최근 남아공의 국영 전력회사인 에스콤은 재정 상태 악화로 하루 10시간씩 전기를 끊으면서 경제난이 이어지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4월부터 전력난으로 인한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전력 부족으로 백금 광산도 개점휴업 상태다.
백금, 탄소 규제로 수요 늘어…생산차질 겹쳐 가격 급등 [원자재 포커스]
반면 백금 수요는 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배기가스 배출 규제 추세 영향이다. 전 세계 팔라듐의 80%, 백금의 40%가량이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 촉매제로 사용된다. 친환경 촉매제는 주로 철강산업 및 화학산업에서 활용되는데 오염물질을 제거하거나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는 데 활용된다. 최근 연료전지 차량 판매가 증가하면서 연료전지의 주요 원료 중 하나인 촉매제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배기가스를 2032년까지 56% 줄이겠다는 규제안을 4월 발표했다. 유럽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도 내연차의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강화한 ‘오염물질 배출 6B 단계 규정’을 7월부터 시행한다.

특히 중국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시행에 따라 친환경 촉매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은 촉매제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현지 주요 시장 조사기관들은 친환경 촉매제의 시장 규모가 성장하면서 친환경 촉매제의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백금 시장은 남아공과 중국의 산업 확장에 따른 공급 감소로 1970년대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대 부족분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백금 투자 협의회(World Platinum Investment Council)는 올해 글로벌 백금 수요도 지난해보다 28% 급증한 820만 트로이온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남아공의 전력 차질 등으로 수요 대비 부족분은 98만 3000 트로이온스 수준으로 내다봤다. WPIC 관계자는 "기록이 시작된 1970년대 이후 사상 최대 부족분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이러한 백금 가격 상승세로 인해 전 세계 펀드 매니저들이 백금 ETF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