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워싱턴 왕복 468만원…공무원 해외 출장 예산 '펑크'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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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2~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25명의 기재부 공무원이 추 부총리를 수행했다. 기재부가 최근 제출한 국외출장 보고서에 따르면 이 출장에 들어간 항공료는 1억1500만원.
이마저도 중간에 합류한 공무원 7명의 항공료는 제외한 것이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총항공료는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추 부총리를 포함한 25명 공무원의 숙박비 및 식비를 포함한 체재비는 3만1804달러(약 4200만원)였다. 출장경비의 70% 이상이 항공료로 쓰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폭등한 항공운임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아 전체 경비에서 차지하는 항공료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세계 각국의 방역 규제가 해제되면서 공무원들의 국외 출장이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엔 비대면으로 진행됐던 각종 국제회의가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등 각국 정부 기관과의 교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 부처 출장비 예산이 ‘펑크’ 직전까지 몰렸다는 점이다. 부처 출장비 예산은 작년 8월 국회 예산안 제출 때 확정된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각국의 입국 규제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존재했기 때문에 국외 출장이 많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이처럼 빨리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체제로 전환될지도 예상하기 힘들었다. 이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부처 출장비 예산이 작년에 짜이면서 각 부처 출장비 예산이 펑크 직전까지 몰린 것이다.
특히 치솟은 항공료는 출장비 펑크를 부채질하고 있다. 인천~워싱턴 왕복 이코노미 요금은 코로나19 이전엔 성수기에도 200만원가량이면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기재부 공무원들이 출장 경비 명세서에 명시한 인천~워싱턴 왕복 이코노미 요금은 468만원으로, 두 배가 넘었다. 비즈니스석은 905만원, 일등석은 1400만원가량이었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장관급 이상은 비행기를 탈 때 일등석을 이용할 수 있다. 차관과 고위공무원단은 비즈니스석 이용이 가능하다. 과장급 이하는 이코노미석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임신한 과장급 이하 여성 공무원은 비즈니스석 이용이 가능하다. 숙박비와 식비 등도 직급에 따라 한도가 정해져 있다.
공무원들은 2018년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기만 탑승할 수 있었다. 정부가 1990년 두 항공사와 맺은 정부항공운송의뢰제도(GTR) 제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항공시장 다변화 등 국외 출장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2018년 GTR을 폐지했다. 국적항공사가 다른 외국 항공사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작용했다.
GTR 제도 폐지 이후엔 부처별로 계약한 여행사가 공무 출장에 필요한 항공권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직사회에선 국적 항공기 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달 출장을 다녀온 기재부 공무원들을 비롯해 대다수 부처의 공무원들이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지금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료는 다른 외국 항공사에 비해 비싼 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항공의 주당 여객 운항 횟수는 이달 기준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2019년 12월)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다. 수요는 회복됐는데 공급 좌석이 여전히 부족하다 보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폭등한 항공료가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인천~뉴욕과 인천~워싱턴은 공무원뿐 아니라 기업인들의 해외 출장도 잦아 다른 국제선 노선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이 때문에 정부 부처마다 불필요한 해외 출장에 따른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소속 공무원들의 국외 출장 계획 및 비용 명세서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한 부처 관계자는 “일정을 최소화하고, 경비도 최대한 아껴 쓰라는 지침을 지속해서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의 볼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항공료를 제외한 숙박비 및 일비의 경우 직급뿐 아니라 4개 지역별로 차등화된다. 예를 들어 미국 워싱턴으로 출장 간 5급 사무관의 경우 하루 세끼 식비로 81달러(약 10만8000원)가 제공된다. 가뜩이나 비싼 뉴욕 물가를 감안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이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이마저도 중간에 합류한 공무원 7명의 항공료는 제외한 것이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총항공료는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추 부총리를 포함한 25명 공무원의 숙박비 및 식비를 포함한 체재비는 3만1804달러(약 4200만원)였다. 출장경비의 70% 이상이 항공료로 쓰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폭등한 항공운임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아 전체 경비에서 차지하는 항공료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세계 각국의 방역 규제가 해제되면서 공무원들의 국외 출장이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엔 비대면으로 진행됐던 각종 국제회의가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등 각국 정부 기관과의 교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 부처 출장비 예산이 ‘펑크’ 직전까지 몰렸다는 점이다. 부처 출장비 예산은 작년 8월 국회 예산안 제출 때 확정된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각국의 입국 규제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존재했기 때문에 국외 출장이 많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이처럼 빨리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체제로 전환될지도 예상하기 힘들었다. 이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부처 출장비 예산이 작년에 짜이면서 각 부처 출장비 예산이 펑크 직전까지 몰린 것이다.
특히 치솟은 항공료는 출장비 펑크를 부채질하고 있다. 인천~워싱턴 왕복 이코노미 요금은 코로나19 이전엔 성수기에도 200만원가량이면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기재부 공무원들이 출장 경비 명세서에 명시한 인천~워싱턴 왕복 이코노미 요금은 468만원으로, 두 배가 넘었다. 비즈니스석은 905만원, 일등석은 1400만원가량이었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장관급 이상은 비행기를 탈 때 일등석을 이용할 수 있다. 차관과 고위공무원단은 비즈니스석 이용이 가능하다. 과장급 이하는 이코노미석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임신한 과장급 이하 여성 공무원은 비즈니스석 이용이 가능하다. 숙박비와 식비 등도 직급에 따라 한도가 정해져 있다.
공무원들은 2018년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기만 탑승할 수 있었다. 정부가 1990년 두 항공사와 맺은 정부항공운송의뢰제도(GTR) 제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항공시장 다변화 등 국외 출장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2018년 GTR을 폐지했다. 국적항공사가 다른 외국 항공사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작용했다.
GTR 제도 폐지 이후엔 부처별로 계약한 여행사가 공무 출장에 필요한 항공권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직사회에선 국적 항공기 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달 출장을 다녀온 기재부 공무원들을 비롯해 대다수 부처의 공무원들이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지금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료는 다른 외국 항공사에 비해 비싼 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항공의 주당 여객 운항 횟수는 이달 기준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2019년 12월)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다. 수요는 회복됐는데 공급 좌석이 여전히 부족하다 보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폭등한 항공료가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인천~뉴욕과 인천~워싱턴은 공무원뿐 아니라 기업인들의 해외 출장도 잦아 다른 국제선 노선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이 때문에 정부 부처마다 불필요한 해외 출장에 따른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소속 공무원들의 국외 출장 계획 및 비용 명세서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한 부처 관계자는 “일정을 최소화하고, 경비도 최대한 아껴 쓰라는 지침을 지속해서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의 볼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항공료를 제외한 숙박비 및 일비의 경우 직급뿐 아니라 4개 지역별로 차등화된다. 예를 들어 미국 워싱턴으로 출장 간 5급 사무관의 경우 하루 세끼 식비로 81달러(약 10만8000원)가 제공된다. 가뜩이나 비싼 뉴욕 물가를 감안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이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