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과정서 소파 위 달러 발견…뇌물 수수 혐의 구금"
우크라 부패와 전쟁 와중에…40억원어치 달러뭉치 받은 대법원장
우크라이나 대법원장이 거액의 뇌물 수수 혐의로 구금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세볼로드 크냐제프 대법원장이 300만 달러(약 4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우크라이나 반부패국(NABU)에 의해 구금됐다고 현지 온라인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브다'(우크라이나의 진실)와 '제르칼로 티즈냐'(주간 거울) 등이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제르칼로 티즈냐는 크냐제프 대법원장에게 건네진 뇌물이 횡령 사건을 수사하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프랑스에서 체포된 우크라이나 억만장자 코스탄틴 제바고 측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제바고 등이 소유한 스위스 광산기업 '페렉스포'의 우크라이나 자회사 '페렉스포 폴타바 광산회사' 지분 거래 과정의 분쟁과 관련한 소송에서 제바고 등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제르칼로 티즈냐는 페렉스포 사건을 다뤘던 다른 18명의 대법원 판사들도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NABU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보도문을 통해 "특별반부패검사실(SAP)과 함께 대법원 지도부와 판사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음모를 적발했으며, 현재 긴급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NABU는 소파에 가지런히 놓인 달러 더미 사진을 공유하면서 이 돈이 대법원 비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그러나 누가 누구에게 뇌물을 줬는지, 왜 뇌물을 줬는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크냐제프 대법원장은 지난 2021년 10월 취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19년 집권 이후 국가의 고질적 병폐인 뇌물 문화에 맞서 단호하게 싸우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뇌물 부패 문제는 젤렌스키 정부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최근 부패 인식 지수 조사에서 우크라이나는 180개국 중 116위를 차지했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가 희망하는 EU 가입 전제 조건 가운데 하나로 부패 척결을 요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들어 대러시아 전쟁을 지원하는 서방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부패 척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고위 인사 10여 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한 데 뒤이어 2월에는 유력 기업가와 전현직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패 수사에 착수했다.

우크라 부패와 전쟁 와중에…40억원어치 달러뭉치 받은 대법원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