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남부 가뭄 극심' 전제하고 질문…'편파' 논란일 듯
댐·보 운영 시 '생태와 수량 균형' 요구 많아…생태 중시가 수량 중시 앞서
환경부 "가뭄 때 4대강 보 적극 활용에 국민 80%가량 찬성"(종합)
환경부가 이명박 정부 때 건설된 4대강 보를 활용하는 데 국민 80% 안팎이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 정부와 달리 4대강 보를 유지하고 활용한다는 방침으로 돌아선 환경부가 여론의 지지가 있다고 강조하고자 공개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일부 설문 문항 등을 놓고 편파적이라는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연구용역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4대강 보를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8~23일 리서리앤리서치에 의뢰해 4대강 보가 있거나 보와 인접한 시·군 19세 이상 남녀 4천명(강별로 1천명씩)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전화로 설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보 소재·인접 지자체 남녀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55%포인트이고 1천명 기준으로는 같은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라고 환경부는 밝혔다.

표본은 성·나이·지역을 고려해 인구비례에 따라 할당 추출했다.

응답자를 나이대로 분류하면 60대 이상이 1천707명(34.1%)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984명·19.7%), 40대(898명·18.0%), 19~29세(715명·14.3%), 30대(696명·13.9%) 순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우선 '가뭄 등 물 부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보에 저장된 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보 소재·인접 지자체 응답자 86.8%가 찬성 (매우 찬성 35.6%·대체로 찬성 51.3%)했다.

반대하는 응답자는 13.0%(매우 반대 4.0%·대체로 반대 9.0%)였고 '모름·무응답'은 0.2%였다.

일반 응답자의 경우 찬성이 77.4%(매우 찬성 36.1%·대체로 찬성 41.3%)이고 반대가 13.6%(매우 반대 8.1%·대체로 반대 5.6%), 모름·무응답이 9%였다.

다만 설문에서는 보 활용에 관한 생각을 묻기에 앞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물 부족으로 광주·전남 주요 식수원 주암댐 저수율이 예년의 50%밖에 안 되는 등 남부지방에 극심한 가뭄이 지속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총력 대응을 위해 댐과 댐을 연계하고 농업용수를 생활용수로 대체해 공급하고 있으며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뭄 등 물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이런 설명에 이어 보 활용에 관한 생각을 물어보면 찬성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생물다양성 위기 속 수생태계를 보전하고자 보를 개방해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자 한다'라고 사전에 설명했다면 응답자들이 보 존치나 수문 폐쇄가 전제되는 활용에 쉽게 동의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정책이 소개된 뒤 의사를 물으면 정치적으로 정권을 지지하는지에 따라 응답이 갈릴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는 보 존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발표한 가뭄대책에 대한 여론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돼 정책 설명이 필요했다"라고 밝혔다.

보 활용에 찬성한 응답자에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활용해야 하느냐'라고 묻자 '가뭄 등 물 위기 극복을 위한 생활·농업·공업용수 등 용수 공급 목적'이라는 선택지를 고른(중복응답) 응답자가 가장(보 소재·인접 지자체 응답자 74.6%, 일반 응답자 75.9%) 많았다.

보 활용 반대 응답자에게 '보 활용이 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했을 때는 '강은 막히지 않고 자연적으로 흘러야 한다고 생각해서'를 고른 응답자가 최다(보 소재·인접 지자체 응답자 57.7%, 일반 응답자 51.5%)였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환경부가 지난달 발표한 '댐·보·하굿둑 연계운영 방안' 선호도 문항도 포함됐다.

이 질문에 앞서서는 '환경부는 그간 4대강 보 수위를 6개월마다 정해놓고 운영하면서 비상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천시설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차선 수위와 수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통합적인 하천관리가 가능하도록 댐·보·하굿둑 연계운영 추진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라는 설명이 제시됐다.

댐·보·하굿둑 연계운영 방안에 대해 보 소재·인접 지자체 응답자는 86.2%가 찬성하고 12.3%가 반대했으며 일반 응답자는 81.4%가 찬성하고 11.2%가 반대했다.

찬성 이유로는 '가뭄·홍수 등 물 위기에 잘 활용할 수 있어서'를 제일 많이 꼽았고(보 소재·인접 지자체 응답자 62.4%, 일반 응답자 61.9%) 반대 이유로는 '물길이 막혀서 녹조가 발생할 것 같아서'(보 소재·인접 지자체 응답자 44.8%, 일반 응답자 50.9%)가 최다 선택됐다.

'앞으로 댐·보·하굿둑 등 하천시설 운영 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수질·생태와 수량을 균형 있게 중시'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최다(보 소재·인접 지자체 응답자 57.8%, 일반 응답자 52.1%)였다.

눈길을 끄는 점은 '수량보다는 수질·생태를 중시해야 한다'라고 답한 응답자(보 소재·인접 지자체 응답자 28.6%, 일반 응답자 32.6%)가 수량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응답자(보 소재·인접 지자체 응답자 11.5%, 일반 응답자 9.5%)보다 두드러지게 많았다는 점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4대강 물그릇론'을 들고나와 보를 활용해 물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는 상황인데 여론의 흐름은 이와 다소 다르다고 해석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댐·보·하굿둑 연계운영 계획은 수위를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지 무조건 수량을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