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없었으면 어쩔뻔"…28년전 부산 투자의 '대반전'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롯데자이언츠랑 삼성전기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죠."

요즘 '부산 갈매기'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하위권에 머물던 프로야구 구단인 롯데자이언츠가 1~2위를 올리며 성적이 급등한 결과다. 부산 사람들은 롯데자이언츠와 함께 삼성전기를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업으로 평가했다. 과거 우여곡절을 겪은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은 부산에서 가장 고용 인원이 많은 곳으로 급부상했다. 이 사업장은 부산 2030세대 유출을 막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직원은 4770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에서 가장 고용 인원이 많은 사업장이다. 평균연령은 35세로 알려졌다. 주요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부산에 공장을 운영하는 곳은 삼성전기가 유일하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생산하고 있다. MLCC는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전류가 공급되도록 조절해주는 장치다. 스마트폰 1대에 통상 MLCC 1000개 정도가 들어간다.
"삼성 없었으면 어쩔뻔"…28년전 부산 투자의 '대반전'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삼성전기는 1995년 부산에 당초 자동차 부품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인근 삼성자동차(현 르노코리아자동차)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2002년에 50만대 분량의 자동차부품을 생산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자금난을 겪던 삼성자동차는 2000년 르노에 매각된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도 부품공장에서 MLCC 공장으로 변신한다. 우여곡절을 겪은 이 공장은 부산 경제의 1등 공신으로 발돋움했다. 침체된 부산 경제에서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부산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8.9%로 전국 평균(63.9%)을 밑돈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3.0%로 전국 평균(2.9%)을 웃돈다.

일자리 시장이 팍팍한 만큼 인구 유출도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는 1만3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20대 미만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순유출됐다. 부산을 떠난 이유는 취업 등의 비중이 가장 컸다. 삼성전기가 부산 인구 유출을 막는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