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경기 둔화가 가속화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제품이 ‘부동의 1등’을 추월하는 흐름이 대형마트에서 나타나고 있다. 순위 구도에 좀처럼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라면시장에서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PB)가 제조사 브랜드(NB)보다 많이 팔리는 것도 그런 사례다.

'가성비 총력전' 홈플러스, PB라면 건더기 뺐다
홈플러스의 라면 PB ‘이춘삼’은 짜장라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6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작년 말 기획·출시한 이춘삼은 지난달 말 기준 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했다. 올해 1~4월 홈플러스에서 판매된 라면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 기간 이춘삼 누적 매출은 25억원이다.

홈플러스는 개발 단계에서 고물가 흐름을 감안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이춘삼의 한봉지(128g) 가격은 500원으로 ‘짜파게티’(140g·976원)보다 48.8% 저렴하다.

홈플러스가 이춘삼의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택한 방법은 ‘PB의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었다. 가격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마케팅 비용부터 최소화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통상 라면 판매를 늘리려면 시식 코너를 마련하거나 증정용 제품을 더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며 “이춘삼은 이런 마케팅을 일절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대에 많이 진열해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데만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건더기도 없앴다. 여기엔 기획 단계에서 “짜장라면에 달걀이나 오이 등 원하는 토핑을 얹어 먹는다”는 소비자 의견이 많이 나온 점이 고려됐다. 취향대로 토핑을 얹어 조리하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굳이 건더기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신 짜장 소스의 품질을 높이는 데 ‘올인’했다. 홈플러스는 소스 개발을 위해 6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첫 시제품은 소스에서 깊은 맛이 나지 않고 춘장 맛만 강하게 나 내부 평가가 좋지 않았다. 여러 차례 개선을 통해 지금의 단맛과 향을 찾아냈다. 이춘삼의 춘장 함유량은 홈플러스에서 판매되는 짜장라면 중 가장 많다. 이춘삼이란 상품명에도 ‘이것이 리얼 춘장 39.6%(삼십구점육퍼센트)’라는 의미가 담겼다.

홈플러스는 과립 스프가 아니라 춘장을 베이스로 만든 액상 스프를 사용했다. 액상 스프인 만큼 조리 시 뭉치지 않고 골고루 섞인다는 장점이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춘삼은 물가 안정을 위한 홈플러스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단독 상품을 최적가에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