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1분기 선택…지역은행 팔고 신용카드사 담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올 1분기 투자 포트폴리오를 대폭 조정했다. 수익성이 좋은 신용카드 발행사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지역은행 주식을 매각하는 등 미국 금융환경 변화를 세밀하게 반영하는 투자 전략을 실행했다. 한때 애정을 보였던 제너럴모터스(GM) 주식을 대량 매도하며 자동차 기업의 미래에 비관적인 시각을 드러냈고,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투자를 6개월 만에 완전히 정리했다. 반면 애플을 향한 신뢰는 여전했다.

신용카드사 캐피털원 첫 편입

벅셔해서웨이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1분기 말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초 9억5400만달러를 들여 캐피털원파이낸셜 주식 992만 주를 매입했다. 캐피털원이 벅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에 등장한 건 처음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캐피털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22% 오른 89.12달러에 마감했고, 시간외거래에선 5.85% 더 상승하며 ‘버핏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버핏의 1분기 선택…지역은행 팔고 신용카드사 담았다
캐피털원은 비자, 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 발행을 주 업무로 하는 금융회사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등의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권의 혼란 와중에도 주가가 오르며 선방했다. 데이비드 스미스 오토노머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캐피털원 같은 고수익 사업자는 고금리로 늘어난 자금 조달 비용을 감당할 수 있고, 유동성 방어에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지출액은 많이 늘어났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 잔액은 9860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와 비슷했다. 직전 분기 대비 1분기 신용카드 부채 잔액이 감소하지 않은 건 2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통상 1분기에는 상여금 등이 가계로 유입되면서 신용카드 부채 잔액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1분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벅셔해서웨이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2275만 주 순매수), 씨티그룹(8만9000주) 등 대형 은행 주식 비중도 늘렸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BoA가 차지하는 비중은 9.09%로, 애플(46.44%)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반면 뉴욕멜론은행(-2507만 주), US뱅코프(-667만 주) 등 보유했던 지역은행 주식은 모두 처분했다. 뱅크런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핏 회장은 지난 6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은행 위기를 주요 투자 위험 요인으로 거론했다.

“차보단 아이폰” 애플에 무한 신뢰

버핏 회장은 애플을 향한 애정을 1분기에도 추가 매수로 증명했다. 벅셔해서웨이는 1분기에 애플 주식 2042만 주를 추가 매입했다.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46.44%로 최대다. 버핏 회장은 “대부분의 소비자는 애플 아이폰을 사기 위해 두 번째 차를 포기할 것”이라며 굳건한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꾸준히 비중을 늘려 온 미 에너지 기업 셰브런 주식은 3057만 주 팔았다.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전 분기 9.78%에서 6.65%로 대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상위 다섯 번째로 크다. 또 조니워커, 기네스 등을 생산하는 영국 주류업체 디아지오(28만 주)가 포트폴리오에 신규 편입됐다.

GM과의 거리두기도 눈길을 끌었다. 벅셔해서웨이는 GM 주식 1000만 주를 팔았고, 포트폴리오 비중은 0.45%로 한층 낮아졌다. 버핏 회장은 자동차 산업 전망과 관련해 “5~10년 후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엄혹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벅셔해서웨이는 이번 분기에 TSMC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았다. 작년 3분기 41억달러를 투자한 뒤 다음 분기인 4분기에 지분 86%를 정리한 데 이어 잔여 지분까지 모두 처분했다. 버핏 회장은 “TSMC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지만, 회사의 위치가 문제”라며 미·중 긴장 고조에 따른 우려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