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 16일 오후 3시 30분

"연금 개혁, 숫자놀음 아닌 뼈대를 바꿔야 답 나온다"
“단순히 보험료율을 올리고 납입 기간을 늘리는 ‘숫자놀음’으로 연금 개혁에 접근해선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주명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62·사진)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금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 이사장은 2020년 4월 취임해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후임자 인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난 3년간 우수한 기금운용 성과를 거뒀다. 취임 첫해인 2020년 11.45%, 2021년엔 11.9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글로벌 금융시장 악화로 -7.75%의 아쉬운 수익률을 냈지만 올해는 8.27%(4월 말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임기 중 연평균 수익률은 5.67%에 달한다.

주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연금 개혁에 대해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보장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다른 제도와 연계한 유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숫자만 조정해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는 방식이 아니라 큰 그림에서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인 뼈대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피크제를 도입하되 80대 이후에는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해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연금 개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주 이사장은 높은 운용수익률을 거둔 비결로 원칙과 신뢰를 꼽았다. 그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중장기 전략적 자산 배분 원칙을 최우선으로 고집하며 안정적으로 기금을 운용했다”며 “이규홍 자금운용관리단장 등 전문인력의 판단을 믿고 무한한 신뢰로 투자에 힘을 실어준 게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높은 수익률을 거둔 덕에 사학연금의 기금 규모는 주 이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9년 말 20조7460억원에서 지난달 기준 24조6075억원으로 18.6% 늘어났다. 기금 예상 고갈 시점은 2049년에서 2053년으로 4년 미뤄졌다.

주 이사장은 “높은 수익률을 거둬 기금 규모를 늘리고, 고갈 시점을 늦춘 게 40년간 교육공무원으로 일하며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고 말했다.

1981년 교육부 9급 행정서기보로 입직한 그는 1급 자리인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내 관료사회에선 ‘9급 신화’로 통하기도 한다. 교육부 재직 당시 후배 공무원들에게 ‘본받고 싶은 리더’로 선정되는 등 위아래로 신망이 두터웠다.

그는 “어떤 자리에서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한 게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된 비결 아닌 비결”이라고 했다.

주 이사장은 요즘도 전남 나주에서 서울, 세종 등을 오가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학연금 직원들은 업무를 추진하다가 국회와 정부의 벽에 막히면 늘 주 이사장에게 ‘SOS’를 요청한다. 그는 ‘이젠 좀 쉬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말에 “할 수 있는 역할은 끝까지 해야 한다”며 웃었다.

나주=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