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롭고 파격적"... 파리에서 온 쾌남 오르가니스트, 韓 청중 매혹했다 [클래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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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라트리 오르간 리사이틀
지수의 '꽃', 어버이 은혜로 즉흥연주
프랑스 작곡가 비도르도 소개
지수의 '꽃', 어버이 은혜로 즉흥연주
프랑스 작곡가 비도르도 소개
‘구름 한 점 없이 예쁜 날, 꽃향기만 남기고 갔단다’
지난 1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걸그룹 ‘블랙핑크’ 지수의 솔로곡 ‘꽃’의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작은 탄성을 질렀다. 곧이어 ‘아버이의 은혜’ 멜로디가 들리자 일부 청중은 선율을 따라 노래를 흥얼거렸다.
친숙하던 두 곡의 선율들은 이내 다양한 음형과 화성으로 발전했다. 지수의 노래는 바흐가 주로 작곡한 ‘푸가’처럼 연주됐고, 낭만주의 시대 교향곡으로 바뀌더니, 현대음악의 특유의 신비롭고 난해한 화음으로 변모했다. 멜로디 하나로 서양 클래식 음악 세계를 둘러볼 수 있게 해 준 악기는 오르간이었다. ‘즉흥 연주의 대가’로 불리는 올리비에 라트리(61)가 오르간을 자유자재로 주무르자 관객들은 말 그대로 흠뻑 빠져들었다.
○새소리부터 폭포 사운드까지
6년 만에 한국을 찾은 올리비에 라트리는 이번에도 녹슬지 않은 연주력과 주특기인 즉흥 연주로 무대를 장악했다. 그는 역대 최연소인 스물 세살에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상주 오르가니스트로 발탁돼 주목을 끈 인물. 38년째 노트드람 성당에서 자리를 지켜온 그는 이날 열린 내한 공연에서 바그너와 리스트를 비롯해, 프랑스 작곡가인 생상스와 비도르의 곡을 연주했다.
그간 오르간 연주의 핵심은 주로 경건함, 웅장함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날 연주는 다채롭고 파격적이었다. 리스트의 ‘두 개의 전설’과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10번 ‘큰 새장’ 등 새와 관련된 두 개의 곡에서는 휘파람을 불 듯 작고 아기자기한 소리를 냈다. 비도르의 오르간 심포니 제5번 중 마지막 악장인 토카타에서는 마치 폭포처럼 쏟아지듯 날카롭고 강렬한 소리로 거대한 콘서트홀을 가득 메웠다. 음의 진동이 너무 강해 2층 맨 뒷자리까지 전달됐을 정도였다. 라트리는 첫 곡인 바그너를 제외하고는 모든 곡을 암보로 연주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등과 달리 오르간은 악기가 매우 복잡해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라트리는 돋보기를 쓰고 4단짜리 건반과, 수십개의 발건반(발페달), 68개의 스톱(음색과 음높이를 바꾸는 버튼과 같은 장치)을 오가며 자유롭게 연주하고 조절했다. 양손과 발을 동시에 쓰다보니 마치 인형극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오르간 연주자 대부분이 악보를 보고 연주하거나, 스톱 번호라도 메모해두는데 이번처럼 완전히 암보로 연주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농담까지 곁들이며 노래 소개
라트리는 연주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소탈한 태도와 시니컬한 위트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파리지앵의 도도한 느낌을 주지 않았다. 중간중간 자신이 연주하는 곡과 작곡가와 관련한 재밌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불어로 설명하면 그의 한국인 부인 이신영 오르가니스트가 통역을 맡았다.
프랑스 작곡가인 샤를마리 비도르에 대해 설명하자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비도르는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오르가니스트 겸 작곡가로 프랑스에서는 친숙하지만 국내 청중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음악가다. 그는 10개의 오르간 심포니를 작곡했으며 오르간을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본 인물이다.
“비도르를 찾아온 한 부유한 마담이 있었대요. 그 분은 오르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거든요. ‘선생님 흰 건반, 검은 건반은 뭐가 다르죠’라는 마담의 질문에 비도르는 이렇게 답했어요. ‘흰 건반은 결혼식, 검은 건반은 장례식에 쓰이는 겁니다’라고. 대체로 진지한데 가끔씩 웃긴 그의 성격은 음악에도 잘 나타납니다. 잘 들어보세요.” 그는 2부가 되자 오르간 방향을 반대로 바꾸기도 했다. ‘다른 쪽에 앉은 관객도 공평하게 봐야한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지난 1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걸그룹 ‘블랙핑크’ 지수의 솔로곡 ‘꽃’의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작은 탄성을 질렀다. 곧이어 ‘아버이의 은혜’ 멜로디가 들리자 일부 청중은 선율을 따라 노래를 흥얼거렸다.
친숙하던 두 곡의 선율들은 이내 다양한 음형과 화성으로 발전했다. 지수의 노래는 바흐가 주로 작곡한 ‘푸가’처럼 연주됐고, 낭만주의 시대 교향곡으로 바뀌더니, 현대음악의 특유의 신비롭고 난해한 화음으로 변모했다. 멜로디 하나로 서양 클래식 음악 세계를 둘러볼 수 있게 해 준 악기는 오르간이었다. ‘즉흥 연주의 대가’로 불리는 올리비에 라트리(61)가 오르간을 자유자재로 주무르자 관객들은 말 그대로 흠뻑 빠져들었다.
○새소리부터 폭포 사운드까지
6년 만에 한국을 찾은 올리비에 라트리는 이번에도 녹슬지 않은 연주력과 주특기인 즉흥 연주로 무대를 장악했다. 그는 역대 최연소인 스물 세살에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상주 오르가니스트로 발탁돼 주목을 끈 인물. 38년째 노트드람 성당에서 자리를 지켜온 그는 이날 열린 내한 공연에서 바그너와 리스트를 비롯해, 프랑스 작곡가인 생상스와 비도르의 곡을 연주했다.
그간 오르간 연주의 핵심은 주로 경건함, 웅장함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날 연주는 다채롭고 파격적이었다. 리스트의 ‘두 개의 전설’과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중 10번 ‘큰 새장’ 등 새와 관련된 두 개의 곡에서는 휘파람을 불 듯 작고 아기자기한 소리를 냈다. 비도르의 오르간 심포니 제5번 중 마지막 악장인 토카타에서는 마치 폭포처럼 쏟아지듯 날카롭고 강렬한 소리로 거대한 콘서트홀을 가득 메웠다. 음의 진동이 너무 강해 2층 맨 뒷자리까지 전달됐을 정도였다. 라트리는 첫 곡인 바그너를 제외하고는 모든 곡을 암보로 연주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등과 달리 오르간은 악기가 매우 복잡해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라트리는 돋보기를 쓰고 4단짜리 건반과, 수십개의 발건반(발페달), 68개의 스톱(음색과 음높이를 바꾸는 버튼과 같은 장치)을 오가며 자유롭게 연주하고 조절했다. 양손과 발을 동시에 쓰다보니 마치 인형극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오르간 연주자 대부분이 악보를 보고 연주하거나, 스톱 번호라도 메모해두는데 이번처럼 완전히 암보로 연주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농담까지 곁들이며 노래 소개
라트리는 연주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소탈한 태도와 시니컬한 위트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파리지앵의 도도한 느낌을 주지 않았다. 중간중간 자신이 연주하는 곡과 작곡가와 관련한 재밌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불어로 설명하면 그의 한국인 부인 이신영 오르가니스트가 통역을 맡았다.
프랑스 작곡가인 샤를마리 비도르에 대해 설명하자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비도르는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오르가니스트 겸 작곡가로 프랑스에서는 친숙하지만 국내 청중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음악가다. 그는 10개의 오르간 심포니를 작곡했으며 오르간을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본 인물이다.
“비도르를 찾아온 한 부유한 마담이 있었대요. 그 분은 오르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거든요. ‘선생님 흰 건반, 검은 건반은 뭐가 다르죠’라는 마담의 질문에 비도르는 이렇게 답했어요. ‘흰 건반은 결혼식, 검은 건반은 장례식에 쓰이는 겁니다’라고. 대체로 진지한데 가끔씩 웃긴 그의 성격은 음악에도 잘 나타납니다. 잘 들어보세요.” 그는 2부가 되자 오르간 방향을 반대로 바꾸기도 했다. ‘다른 쪽에 앉은 관객도 공평하게 봐야한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