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허문찬 기자
사진=허문찬 기자
삼성·SK·LG·현대자동차·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의 올 1분기 설비투자 규모가 작년 동기보다 16%가량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 대비 4배가량 많은 돈을 설비투자에 쏟았다. 미래를 대비한 선제적 투자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투자왕' 삼성전자, 10조 쏟아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홀딩스 등 시가총액 상위 20개 주요 상장사(금융회사, 공기업, 통신사 등 제외)의 올해 1분기 설비투자는 25조4089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1분기에 비해 16.3%(3조5695억원) 늘어난 규모다. 조사 대상 20개 기업 가운데 4개 기업을 제외한 16개 기업이 투자를 늘렸다.

세부적으로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전기)과 LG그룹(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LG디스플레이·연결기준 중복실적 제거) 투자 증가율이 가장 괄목할 만큼 늘었다. 삼성그룹의 올 1분기 투자는 11조79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0%(2조8591억원) 늘었다. LG그룹의 투자는 4조647억원으로 47.6%(1조3112억원) 늘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 10조7388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진행해 투자 규모가 가장 컸다. 작년에 비해 35.5%(2조8161억원) 늘었다. 이 회사의 투자를 세부적으로 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1분기 9조7877억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3328억원을 투자했다. 기타 부문 투자는 6183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에 이어 SK이노베이션(SK온 등 계열사 포함)의 투자 규모가 컸다. 이 회사는 1분기에 2조5303억원을 투자해 전년 동기 대비 302.7%(1조9020억원) 증가했다. 전기차 배터리 설비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자금을 쏟았다. LG에너지솔루션(1조8104억원), SK하이닉스(1조7480억원), 현대차(1조5647억원), 포스코홀딩스(1조3535억원), LG디스플레이(1조3029억원) 등도 1조원 넘게 투자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부문이 올해 1분기 투자를 견인했다.

영업익 81% 증발…투자는 늘려

얼어붙은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대기업 투자는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 20곳의 올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5조96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5%(26조2709억원) 줄었다. 현금창출력이 줄었지만, 영업이익의 4배가량을 투자한 것이다. 금리에 인건비가 치솟은 데다 재고·수출 흐름마저 나쁜 상황이지만 투자를 지속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4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5% 감소했다.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14년 만에 영업이익이 가장 적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올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미래 경쟁력을 위해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투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도 올 1분기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兆) 단위 투자를 단행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