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위기 속 10조 쏟아부었다…'투자왕' 삼성전자의 파격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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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살아남지 못해"…삼성·SK·LG·현대차 25조 투자

'투자왕' 삼성전자, 10조 쏟아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홀딩스 등 시가총액 상위 20개 주요 상장사(금융회사, 공기업, 통신사 등 제외)의 올해 1분기 설비투자는 25조4089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1분기에 비해 16.3%(3조5695억원) 늘어난 규모다. 조사 대상 20개 기업 가운데 4개 기업을 제외한 16개 기업이 투자를 늘렸다.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 10조7388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진행해 투자 규모가 가장 컸다. 작년에 비해 35.5%(2조8161억원) 늘었다. 이 회사의 투자를 세부적으로 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1분기 9조7877억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3328억원을 투자했다. 기타 부문 투자는 6183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에 이어 SK이노베이션(SK온 등 계열사 포함)의 투자 규모가 컸다. 이 회사는 1분기에 2조5303억원을 투자해 전년 동기 대비 302.7%(1조9020억원) 증가했다. 전기차 배터리 설비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자금을 쏟았다. LG에너지솔루션(1조8104억원), SK하이닉스(1조7480억원), 현대차(1조5647억원), 포스코홀딩스(1조3535억원), LG디스플레이(1조3029억원) 등도 1조원 넘게 투자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부문이 올해 1분기 투자를 견인했다.
영업익 81% 증발…투자는 늘려
얼어붙은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대기업 투자는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 20곳의 올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5조96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5%(26조2709억원) 줄었다. 현금창출력이 줄었지만, 영업이익의 4배가량을 투자한 것이다. 금리에 인건비가 치솟은 데다 재고·수출 흐름마저 나쁜 상황이지만 투자를 지속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삼성전자의 경우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4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5% 감소했다.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14년 만에 영업이익이 가장 적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올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미래 경쟁력을 위해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투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도 올 1분기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兆) 단위 투자를 단행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