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지시로 했던 채혈, 초음파 검사 등 업무 외 의료행위 안 해"
신고센터·현장실사단 운영해 감시…"19일 광화문서 연차투쟁"
간호사들, 오늘부터 준법투쟁…"불법의료행위 거부"(종합)
간호사들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반발해 그동안 관행처럼 해온 간호사 '업무 외 의료행위'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대한간호협회는 17일 오전 간호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말도 안 되는 허위 사실을 분별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1차 간호사 단체행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간호협회는 단체행동의 일환으로 준법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인력 부족 등 병원의 사정을 이유로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의료법상 간호사 업무가 아닌 의료행위를 대신해왔는데, 이를 불법 의료 행위로 규정짓고 법에 정해진 간호사의 업무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장 이날부터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해온 대리처방, 대리수술, 대리기록, 채혈, 초음파와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L-tube와 T-tube 교환, 기관 삽관, 봉합, 수술 수가 입력 등 불법 의료행위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흔히 간호사의 일로 알려진 채혈은 원래 임상병리사의 업무다.

법적으로 간호사는 응급상황에서만 채혈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전도나 초음파 검사는 진단검사이기 때문에 의사나 방사선사가 해야 하는데, 병원에서 방사선사를 따로 두면 돈이 들어가니까 관행처럼 간호사들한테 이 일을 시켜왔다"며 "간호사가 일을 할 때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병원 사정에 따라 간호사가 하는 일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간호협회는 간호사가 거부해야 할 불법적 업무 리스트를 의료기관에 배포하기로 했다.

또 불법진료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현장실사단을 별도로 운영해 관리할 예정이다.

현장실사단은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해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 실제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병원 측에 항의하고 법적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협회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불법의료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간호사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법적 자문을 구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사들, 오늘부터 준법투쟁…"불법의료행위 거부"(종합)
다만 이러한 준법투쟁에는 강제성이 없다.

간호사들의 참여를 독려할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협회는 "앞서 진행된 의견조사에서 회원의 98.6%가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전날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고 나서 협회 홈페이지에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자는 회원들의 요구가 쇄도했기 때문에 참여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간호협회는 이외에도 단체행동으로 ▲ 간호법에 대한 허위사실을 폭로하는 포스터와 유인물 배포 ▲ 면허증 반납운동 ▲ 총선기획단 출범 및 1인 1정당 갖기 운동 ▲ 간호대 교수와 의료기관 내 간호관리자의 단체행동 선언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19일 광화문에서 간호법 거부권 규탄 및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 규탄 대회를 개최하고 연차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간호사들이 연차투쟁에 나서면 의료공백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협회는 "일시에 연차를 내라고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

각 병원의 사정을 고려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연차를 내고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이 참여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간호법안이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간호법 제정안은 15일 이내 국회로 이송돼 본회의에 다시 상정되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지 않을 경우 폐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