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검찰에 "표현 정리" 요구…허가에 무게 실리는듯
변호인 "방어권 침해" vs 검찰 "양형 가중 안돼"
대장동 배임혐의 '651억+α→4895억 변경' 내달 결정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이 받는 배임 혐의 액수가 '651억원+α'에서 4천895억원으로 변경될지 여부가 내달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등 공판에서 내달 5일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몇 가지 부분만 정리되면 곧바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받는 관련자들에 대한 표현 수위나 명확하지 않은 표현 등을 변경 공소장에서 정리해 달라고 검찰 측에 요청했다.

공소장 변경의 핵심인 배임액과 무관한 표현 수정 등을 요구한 것으로 미뤄, 재판부가 변경을 허가하는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대장동 일당과 공범으로 판단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기소 혐의를 반영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2021년 11월 검찰 1차 수사팀은 일당의 공소장에 배임액으로 '최소 651억원'으로 명시했는데, 2차 수사팀은 올해 3월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4천895억원으로 재확정했다.

공소장 변경은 이를 통일하자는 취지다.

변호인들은 "최초 공소장을 기준으로 증인신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공소장이 변경되면 방어권이 정면으로 침해된다"며 "1년6개월간 재판 준비가 힘들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어진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검찰은 "절차적 지연 측면에서 부담되고 방어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양형 측면에서 가중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가 공범으로 추가되면서 대장동 일당의 책임이 경감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장동 배임혐의 '651억+α→4895억 변경' 내달 결정
대장동 일당은 이날 오전 같은 재판부 심리로 열린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유씨측만 사실관계를 인정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2014년 8월부터 성남시와 공사의 내부 비밀을 이용,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 사업자로 선정돼 7천886억원의 범죄수익을 얻은 혐의로 올해 1월 기소됐다.

김만배씨 변호인은 "공소장은 얼핏 봐도 구성 요건과 무관하거나 애매한 기재가 너무 많다"며 공소장 일본주의(판사의 예단을 막기 위해 검사가 공소장만 제출하고 다른 서류와 증거를 첨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공소장은 A4용지 57쪽 분량이다.

재판부도 "어떤 비밀을 이용했다는 것인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측면이 있고 다른 재판의 공소사실이나 유무죄 판단과 연결된 부분도 상당 부분 포함됐다"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구성요건 부분을 축약적으로 기재하는 등 공소사실을 정리해 심판 대상을 명확하게 특정해 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에 검찰 측은 "일당의 유착 형성 시기는 2012년 초, 수익 현실화는 2019년으로 상당히 방대한 기간인데 공소사실을 압축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검찰 측은 이 사건이 대장동 본류 사건의 연장선상인 만큼 두 사건을 병합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사건을 분리해 기소한 검찰을 탓하면서 역시 방어권이 침해된다며 신중히 처리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