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이후 서방 업체 철수한 러 시장서 '어부지리'
"中 자동차, 러시아 도로 점령…연말까지 60% 점유율 예상"
중국 자동차들이 지난해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철수하거나 영업을 중단한 서방 자동차 업체들의 공백을 메우며 빠르게 러시아 시장을 석권해 가고 있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자동차 산업 컨설팅 업체 '아프토보스' 대표 타티야나 그리고리예브나는 이날 통신에 "외국 자동차 기업 가운데 현재 러시아에 남은 것은 지리(Geely), 하발(Haval), 장화이자동차(JAC 모터스) 등의 중국 기업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시장에서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자동차들이 연말까지는 60%의 시장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현재 중국차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40% 정도라고 그는 덧붙였다.

또 중국 자동차 외에 다른 차량은 중고 제품이거나 병행 수입된 외국 차들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외국 제품을 독점 수입권자가 아닌 제3자가 상표권자 허락 없이 수입하는 병행수입을 허용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분석센터 '아프토스탓'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판매된 새 승용차의 12%는 이런 병행수입 제품들이었다.

그리고리예브나는 "일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내 자동차 판매 대수가 지난해보다 조금 많은 77만대로 예상되지만, 이는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보다 저조한 판매 실적을 예상했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내 신제품 승용차 및 경상용차(LCV) 판매는 전년에 비해 58% 이상 줄어 68만7천대에 머물렀다.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관계를 확대해 왔다.

지리·체리·창청자동차 등 중국 자동차 업체들도 폭스바겐, 도요타, 현대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떠나거나 생산을 중단한 러시아 시장에 남아 영업을 계속했다.

르노 같은 프랑스 기업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전쟁 기계'를 후원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국내외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중국 기업들은 거의 압박을 받지 않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마리나 루디악 중국학 교수는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레이더 아래로' 날 수 있었다"고 국제적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러시아에 남아 실적을 키우면서도 계속해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현지 공장에서 러시아 맞춤형 모델인 쏠라리스, 글로벌 소형 SUV 크레타, 기아 리오 등을 생산해 판매하면서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던 현대 자동차도 지난해 3월 이후 가동 중단된 공장을 외국 기업에 매각하고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中 자동차, 러시아 도로 점령…연말까지 60% 점유율 예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