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건축자재·도구 소매업체인 홈디포가 글로벌 금융위기 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매출이 역성장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홈디포는 2023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줄어든 372억6000만달러(약 49조9650억원)라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 추정치인 382억8000만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홈디포의 1분기 순이익은 38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줄었다. 1분기 동일 점포 매출은 4.5% 감소하며 시장 추정치(-1.6%)보다 더 나빴다. 주당 순이익(EPS)은 3.82달러로 시장 추정치인 주당 3.80달러에 부합했다.

이날 홈디포는 어두운 가이던스를 내놨다. 홈디포는 올해(2023년 2월~2024년 1월) 매출이 2~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매출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수정한 것이다. 홈디포의 연매출이 감소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후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된다. 회사는 올해 EPS가 7~13%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영업이익률 전망치도 14~14.3%로 기존의 14.5%보다 낮춰 잡았다.

리처드 맥페일 홈디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성장해온 지난 3년과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후 주택 개조 수요가 늘면서 홈디포가 호황을 누렸다면, 이제는 기준금리 상승과 서비스 비용 증가의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맥페일 CFO는 “긴축 통화 정책과 대출 조건 강화로 재량소비지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매장에서 그릴, 파티오 등 가격이 비싼 제품의 판매가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소비심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홈디포 실적 및 가이던스가 부진하자 이날 뉴욕증시에도 여파가 갔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01% 하락 마감했다. 홈디포 주가는 전날보다 2.15% 떨어졌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