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년8개월 만에 30,000선을 회복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우에다 가즈오 신임 일본은행 총재의 ‘합작 랠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0.84% 오른 30,093.59로 마감했다. 닛케이지수가 30,000선을 웃돈 것은 2021년 9월 후 처음이다. 그동안 27,000 안팎의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던 닛케이지수는 올 4월 들어 급등하며 단숨에 30,000선을 넘어섰다. 우량주로 구성된 토픽스지수도 2133.61로 1990년 8월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버핏·우에다·야마지 효과’

닛케이지수 3만선 돌파…버핏·우에다·거래소 '합작 랠리'
일본 증시 전문가들은 버핏 회장과 우에다 총재, 야마지 히로미 도쿄증권거래소그룹 최고경영자(CEO)를 지수 30,000선 회복의 3대 공신으로 꼽았다.

‘투자의 귀재’인 버핏 회장은 지난 11일 일본을 12년 만에 방문해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지분율을 7.4%까지 늘렸다”며 “일본은 미국 외의 최대 투자처”라고 밝혔다. 일본 증시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그는 “미국과 일본 증시는 20년 뒤, 50년 뒤에 지금보다 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의 발언 이후 일본 증시에는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몰려들었다. 5월 첫째 주까지 외국인들은 6주 연속 일본 주식을 2조3000억엔(약 23조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일본 주식을 2조엔어치 이상 순매수한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으로 2%에 도달할 때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의 금융완화정책을 계속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등 해외 투자가들은 우에다 총재가 늦어도 연말에는 장·단기금리 조작 정책 폐지 등의 출구전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계속해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더욱 거세졌다는 분석이다.

○“주가 올려라”…관치도 한몫

야마지 CEO도 30,000선 회복을 거들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4월 초 도쿄증시 상장사 3300여 곳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는 주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회사를 청산한 가치보다 낮은 상태로 투자자의 신뢰를 받지 못함을 뜻한다. 일본 상장사 가운데 PBR이 1배 미만인 기업 비율은 40%에 달한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요청 이후 미쓰비시상사, 후지쓰, 다이이치생명홀딩스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배당을 대폭 늘렸다.

이날 일본 내각부가 공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 분기보다 0.4% 증가했다. 이 추세가 1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해 산출한 연간 환산 성장률은 1.6%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한 것은 세 분기 만이다. 개인 소비 증가의 힘이라는 평가다.

일본 상장사의 실적이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지수를 밀어올렸다. 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자동차 등이 올해 사상 최고 수준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