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자신을 성폭행하고 "죽이겠다" 협박한 남성을 살해한 여성이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현지 법원이 중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 등 현지 매체는 지난 10일 멕시코 네사우알코요틀 지방법원이 살인 혐의로 기소된 록사나 루이스(23·여)에게 징역 6년 2개월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부 오악사카 원주민인 루이스는 경제 활동을 위해 멕시코시티 인근 도시인 네사우알코요틀에 거주했고, 2021년 5월 한 남성에게 성폭행당했다.

당시 루이스가 코를 때리며 저항하자 성폭행범은 "죽이겠다"고 위협했고, 범인과 다투는 과정에서 루이스는 남성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루이스는 성폭행 피해 사실을 진술했지만, 경찰은 범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했다가 루이스가 나중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고 성폭행 사건에서 중요한 법의학적 검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는 이후 9개월간 수감돼 있다가 지난 2월 보호관찰 명령을 받아 자택에서 생활하며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는 취지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성폭행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전제하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것은 과잉 방어"라며 루이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살인 피해자 유족에게 28만페소(2100만원 상당)의 보상금 지급도 함께 명령했다.

판결 직후 루이스는 "제가 자신을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도 없었을 것"이라며 항소 의지를 밝혔고, 그의 변호인은 "루이스는 명백한 피해자"라면서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모든 여성을 위한 정의는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일부 인권단체도 반발하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루이스 구명 운동을 펼친 인권단체인 '노스케레모스 비바스네사'의 엘사 아리스타는 "성 감수성이 결여된 이번 판결은 여성이 공격자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면서 "루이스는 항상 범죄자로 지목됐는데, 여기엔 공정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