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중국의 경제 지표 부진에 하락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5센트(0.35%) 하락한 배럴당 70.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 5거래일 중에서 4거래일간 떨어졌다. 이달 들어 하락률은 7.71%에 달한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74.48달러로 주저앉았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며 "올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상향했다"고 밝혔다. IEA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22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4월 전망치보다 20만 배럴 가량 상향했다.

올해 총 원유 수요 전망치는 10만 배럴 상향한 일평균 1억200만 배럴로 조정했다. 중국의 원유 수요는 3월에 하루 1600만 배럴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분은 전 세계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량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희소식에도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중국 등 주요국의 부진한 경제지표 때문이란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미국의 부진한 경제 데이터가 IEA의 수요예측을 상쇄하면서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4월 소매판매, 산업생산과 고정자산투자 지표가 모두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에너 수요 둔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부진한 中경제지표에…하락세로 돌아선 원유 [오늘의 유가]
중국의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4%, 5.6% 늘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1.0%, 10.9% 증가율을 각각 크게 하회했다. 1∼4월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지만, 예상치인 5.3% 증가에는 미치지 못했다.

컴페어브로커의 자밀 아흐매드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제 지표가 "감흥이 없는 수준"이라며 "중국의 장기간 코로나19 봉쇄 이후 중국이 세계 경제 모멘텀에 절실히 필요했던 도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는 점에서 이번 지표는 예상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세계 경제 지형을 고려하면 중국의 부진한 경제에서 비롯되는 잠재적 수요 감소는 가격에 또 다른 악재"라고 말했다.

다만 4월 중국의 정유 처리량이 전년 동월 대비 18.9% 증가해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은 유가의 낙폭을 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애널리스트 필 플린은 "중국의 산업 지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 수요나 정제소 가동률을 보면 기록 경신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리피니티브 오일 리서치에 의하면 올 여름 여행 시즌을 앞두고 정유사들이 비축량을 늘리면서 5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하루평균 1100만 배럴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의 일평균 1067만 배럴에 비해 더욱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