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꼭 봐야 한다"...'근대 대표 거장' 김환기의 모든 것
김환기(1913~1974·사진)의 대규모 회고전이 18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했다. 김환기는 이중섭, 박수근 등과 더불어 20세기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2019년 경매 당시 약 132억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사상 최고가 낙찰 기록을 세운 ‘우주’(Universe 5-IV-71 #200)를 비롯해 수많은 경매 기록을 보유한 화가기도 하다.

하지만 명성에 비해 그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조망할 기회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작품이 흩어져 있는 데다 가격도 비싸고 대여도 쉽지 않아서다. 김환기의 대표작들을 비롯해 시기별 주요작을 120점이나 모은 이번 전시를 두고 미술계에서 “이번에 못보면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환기의 작품을 사진으로 온전히 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두 눈으로 직접 봐야 크기와 마티에르(질감), 세부적인 구성 등 그 진가를 알 수 있어서다. 이번 기사에서는 전시장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촬영한 주요작 일부의 저화질 사진을 간략한 설명과 함께 전시 흐름에 따라 소개한다. 작품 이미지 저작권은 환기재단과 환기미술관에 있다.

이 기사는 아르떼 웹사이트에만 공개된다. 큐레이터 인터뷰 등을 포함한 심층 분석 기사들은 6월 1일 아르떼 웹사이트와 포털 및 2일자 한국경제신문 wave섹션에 게재될 예정이다.

관람료는 1만4000원. 현장 티켓 구입도 가능하지만 예매를 해야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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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나무'(1948).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김환기 '한국적 추상'의 시작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달과 나무를 소재로 추상을 시도한 흔적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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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도(1938). 김환기는 1930년대 일본 유학 중 입체주의와 러시아 구축주의 등을 실험하며 추상 화풍을 배웠다. 이 작품은 그가 1937년 일본에서 귀국한 뒤 기하학적 작업을 하던 시기의 대표작이다. 면(面)으로 화면을 나눴는데, 김환기는 말년까지 이런 식으로 면 분할을 통해 화면을 구성하기를 즐겼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작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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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게'(1948). 이번 전시에 처음 나온 작품이다. '달과 나무'와 함께 1948년 신사실파 창립전에 출품됐던 작품으로, 사실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점과 선, 면 등을 이용한 추상이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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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집'(1951). 부산에서 피란생활을 하며 그린 작품이다. 일각에서는 이 작품에 대해 "고난을 미화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기울어진 축대 등 불안정한 판잣집의 형상이 피란지의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견해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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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1952). 전쟁 중 종이에 수채로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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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교향곡'(1954). 좌대 위에 놓인 달항아리 뒤로 보름달이 걸려 있는 모습을 정적으로 그려냈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당시 원제는 호월(壺月)이었으나 파리 개인전에 이후 다시 출품하면서 지금의 제목을 새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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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과 항아리'(1960).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돼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작품으로, 이번 전시 준비 과정에서 제작연도가 처음으로 명확히 밝혀졌다. 1959년 김환기가 남긴 제작 수첩에는 그의 초조함과 긴장감, 자신감이 얽힌 복잡한 심경이 드러난다. 작품을 완성한 뒤 작가는 "나 대로의 그림대로 밀고 가자"는 소회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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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노래'(1957). 1956년 세계 미술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에 건너간 김환기는 한국적 화풍을 꽃피운다. 이 작품에서는 수직과 수평이 교차하는 비대칭 격자 속에 구름과 산, 학, 도자기, 매화, 달 등 김환기를 대표하는 도상들이 배치돼 있다. 한국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의지가 담긴 그의 '파리 시기' 대표작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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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구성-길조(날으는 새)'(1957). 김환기는 파리 시기 학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굵고 선명한 선으로 세 마리의 새를 겹쳐 그려 역동적인 화면이 완성됐다. 이 같은 실험은 이후 점과 선, 면 구성의 실험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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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김환기는 새로운 세계 미술 중심지로 떠오른 미국 뉴욕으로 진출했다. 형식 실험을 거듭하던 그는 특유의 점화 양식으로 작품을 그리기 시작한다. 초기 점화 작품인 '남동풍' '북서풍' 등 작품이 걸려 있는 전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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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IV-70 #166'. 한국일보사의 '한국미술대상전'에 발표된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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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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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람객이 김환기의 '우주'를 관람하고 있다. 푸른 색의 다채로운 변주, 동심원의 조화가 별무리를 연상케 한다.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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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VII-71 #208'(1971).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공개된 작품이다.
"지금 꼭 봐야 한다"...'근대 대표 거장' 김환기의 모든 것
작품 세부. 김환기는 점화를 그릴 때 '코튼 덕'이라는 두꺼운 면 캔버스를 사용했다. 젯소칠은 생략했고 토끼 가죽을 끓여 만든 아교 용액만을 얇게 펴발라 캔버스 본연의 색상이 드러나게 했다. 그 위에 희석한 유화 물감으로 하나하나 점을 찍었다. 물감은 일부는 흡수되고, 일부는 번져나가며 독특한 미감을 만들어냈다. 김환기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재료와 기법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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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24-IX-73 #320'(1973). 그의 '푸른 점화'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시기 김환기의 점화는 기법적으로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그의 건강은 점차 악화돼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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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VI-74 #337'(1974).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병세가 악화되면서 김환기의 점화는 죽음을 예감하듯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검은 점화' 시리즈는 고요하고 정적인 새로운 양식으로 제작됐다.

죽음과 삶에 대해 사유하며 이 작품을 그린 김환기는 다음달인 7월 6일, 마지막 점화에 점을 찍고 7월 25일에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전시는 끝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