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교향곡이란 함께 울리는 것" 일깨워준 古음악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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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프 헤레베허 &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17일 예술의 전당서 공연
모차르트 '주피터 교향곡'과 베토벤 '영웅'
17일 예술의 전당서 공연
모차르트 '주피터 교향곡'과 베토벤 '영웅'
호른이 주제를 연주하자 플루트와 오보에가 뒤따르고 바이올린이 잇는다. 서로가 서로의 선율의 뒤쫓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고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 소리는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야말로 ‘함께 울린다’는 뜻을 지닌 ‘교향곡(symphony)’의 본질을 잘 느낄 수 있는 연주였다.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필리프 헤레베허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교향곡 역사 상 매우 중요한 두 작품을 무대에 올려 갈채를 받았다. 이날 연주한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1번과 베토벤 교향곡 제3번은 교향곡이라는 음악의 예술적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린 걸작으로 평가된다.
모차르트 교향곡 제41번은 당당한 성격으로 인해 신들의 왕의 이름을 딴 ‘주피터 교향곡’이라 불릴 뿐 아니라 마지막 4악장에 푸가(fuga), 즉 하나의 주제 선율을 뒤따라 모방하듯 전개되는 고도의 작곡기법으로 교향곡을 예술적인 음악으로 격상시켰다. 또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은 그 어마어마한 규모와 파격적인 형식으로 낭만주의 음악의 시작을 알린 의미 있는 작품이다.
교향곡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 두 곡을 연주한 헤레베허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악보에 충실하면서도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각 악기들의 소리가 잘 들리도록 명확하게 표현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옛 음악을 그 시대 악기로 연주하는 ‘시대 악기’ 연주단체인만큼 현대적인 콘서트홀에서는 자칫 그 소리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못할 우려가 있었지만, 오케스트라의 특별한 자리 배치와 연주법이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현악기 중 가장 저음을 소리 내는 더블베이스 주자들을 관악기 뒤편에 높게 배치한 덕분에 더블베이스의 깊은 저음이 귀에 더 잘 들어왔고 활을 튀어 오르듯 악센트를 넣어 연주하는 더블베이스 주자의 연주법은 베이스 선율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무대 왼편과 오른편에서 마주 앉아 연주하는 자리배치도 효과적이었다. 모차르트 교향곡 제41번 1악장의 경우 제9마디 이후 제1바이올린의 코드와 이에 응답하는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장식적인 음형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듯 입체적으로 표현됐다.
여기에 관악기들의 팡파르 풍 연주가 더해지면서 활기를 뿜어냈다. 4악장의 푸가 부분에서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들이 서로의 선율을 뒤따르는 모방의 과정이 생생하게 전해져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된 플루트와 호른 등의 관악기들은 개량되지 않은 옛 악기였으므로 그 소리가 크지 않아 웅장한 맛은 덜했지만, 현악기과 관악기가 같은 선율을 연주하는 부분에선 자연스럽게 그 음색이 어우러졌다. 현악기 역시 옛날 방식 그대로 양창자로 만든 거트현을 달고 있기에 그 소리가 부드러워 액센트 표현이 약해질 수 있으나 지휘자 헤레베허의 미묘한 강약 조절 덕분에 익숙한 교향곡의 선율도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베토벤 교향곡 제3번 1악장은 흥미로웠다. 1악장 제시부의 제128마디 이하의 강력한 스포르찬도(sforzando·특히 그 음만 세게) 부분의 경우 3박자로 된 이 곡을 억지로 2박자로 바꾸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헤레베허는 강박에 나온 음의 스포르찬도는 강조하고 약박의 스포르찬도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처리해 이 곡이 여전히 3박자의 곡임을 보여줬다. 늘 악보를 연구하고 새롭게 해석해내는 지휘자의 통찰이 엿보인 부분이다.
다만 장송행진곡으로 된 2악장의 감정적인 변화 폭이 크지 않아 다소 밋밋했던 점은 아쉬웠다. 특정 악기군에서 잘못된 시점에서 연주를 시작하거나 현악 주자들의 활 쓰기가 통일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연주회 준비가 미흡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 함께해온 헤레베허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어떤 순간에도 특유의 고상하고 세련된 톤을 유지하며 노련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오랜 세월동안 일구어온 고유의 전통과 색깔은 이번 공연에서도 빛났다.
최은규 음악평론가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필리프 헤레베허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교향곡 역사 상 매우 중요한 두 작품을 무대에 올려 갈채를 받았다. 이날 연주한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1번과 베토벤 교향곡 제3번은 교향곡이라는 음악의 예술적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린 걸작으로 평가된다.
모차르트 교향곡 제41번은 당당한 성격으로 인해 신들의 왕의 이름을 딴 ‘주피터 교향곡’이라 불릴 뿐 아니라 마지막 4악장에 푸가(fuga), 즉 하나의 주제 선율을 뒤따라 모방하듯 전개되는 고도의 작곡기법으로 교향곡을 예술적인 음악으로 격상시켰다. 또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은 그 어마어마한 규모와 파격적인 형식으로 낭만주의 음악의 시작을 알린 의미 있는 작품이다.
교향곡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 두 곡을 연주한 헤레베허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악보에 충실하면서도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각 악기들의 소리가 잘 들리도록 명확하게 표현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옛 음악을 그 시대 악기로 연주하는 ‘시대 악기’ 연주단체인만큼 현대적인 콘서트홀에서는 자칫 그 소리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못할 우려가 있었지만, 오케스트라의 특별한 자리 배치와 연주법이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현악기 중 가장 저음을 소리 내는 더블베이스 주자들을 관악기 뒤편에 높게 배치한 덕분에 더블베이스의 깊은 저음이 귀에 더 잘 들어왔고 활을 튀어 오르듯 악센트를 넣어 연주하는 더블베이스 주자의 연주법은 베이스 선율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무대 왼편과 오른편에서 마주 앉아 연주하는 자리배치도 효과적이었다. 모차르트 교향곡 제41번 1악장의 경우 제9마디 이후 제1바이올린의 코드와 이에 응답하는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장식적인 음형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듯 입체적으로 표현됐다.
여기에 관악기들의 팡파르 풍 연주가 더해지면서 활기를 뿜어냈다. 4악장의 푸가 부분에서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들이 서로의 선율을 뒤따르는 모방의 과정이 생생하게 전해져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된 플루트와 호른 등의 관악기들은 개량되지 않은 옛 악기였으므로 그 소리가 크지 않아 웅장한 맛은 덜했지만, 현악기과 관악기가 같은 선율을 연주하는 부분에선 자연스럽게 그 음색이 어우러졌다. 현악기 역시 옛날 방식 그대로 양창자로 만든 거트현을 달고 있기에 그 소리가 부드러워 액센트 표현이 약해질 수 있으나 지휘자 헤레베허의 미묘한 강약 조절 덕분에 익숙한 교향곡의 선율도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베토벤 교향곡 제3번 1악장은 흥미로웠다. 1악장 제시부의 제128마디 이하의 강력한 스포르찬도(sforzando·특히 그 음만 세게) 부분의 경우 3박자로 된 이 곡을 억지로 2박자로 바꾸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헤레베허는 강박에 나온 음의 스포르찬도는 강조하고 약박의 스포르찬도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처리해 이 곡이 여전히 3박자의 곡임을 보여줬다. 늘 악보를 연구하고 새롭게 해석해내는 지휘자의 통찰이 엿보인 부분이다.
다만 장송행진곡으로 된 2악장의 감정적인 변화 폭이 크지 않아 다소 밋밋했던 점은 아쉬웠다. 특정 악기군에서 잘못된 시점에서 연주를 시작하거나 현악 주자들의 활 쓰기가 통일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연주회 준비가 미흡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 함께해온 헤레베허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어떤 순간에도 특유의 고상하고 세련된 톤을 유지하며 노련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오랜 세월동안 일구어온 고유의 전통과 색깔은 이번 공연에서도 빛났다.
최은규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