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숙원이었던 복수의결권 제도가 오는 11월부터 시행됩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수년만인 지난 4월에야 겨우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일부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복수의결권 도입이 쉽지 않았습니다. 최앤리 법률사무소의 최철민 대표가 국내에 도입된 복수의결권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된 법적 이슈를 소개합니다.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되면 정말 경영권 방어가 되나요?” [긱스]
“복수의결권이 생기면 경영권 방어가 쉬어지나요?”

스타트업이 일반 중소기업과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일까?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통한 자본 조달이다. 스타트업은 대체로 당장 매출과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 모델을 취하고 있다. ‘데스벨리’를 넘어 급격한 제이커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VC의 투자가 필수불가결하다.

막대한 돈을 받게 되면 지분을 줘야 한다. 시리즈B 이상 정도만 돼도 창업자들의 지분율이 과반 이하로 희석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과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최대 주주의 지위를 잃기도 하고, 창업주의 최소한의 지분이라고 여겨지는 30%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더라도 창업자의 경영 능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여러 번 기관 투자로 창업자의 지분율이 지나치게 희석되면 창업주는 회사 경영에서 힘있는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이럴 경우 창업주는 열정적으로 회사를 이끌 동기도 떨어지게 된다. 회사는 고만고만한 지분율을 가진 여러 주주 간의 의견 충돌로 매번 의사 결정이 산으로 갈 수도 있다.

한국보다 스타트업 업계가 훨씬 활성화돼 있는 미국은 이미 복수의결권, 차등의결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례로 쿠팡이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위해 신고서를 제출할 때 복수의결권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쿠팡은 주식을 클래스A 보통주와 클래스B 보통주로 나누고 클래스B 보통주를 클래스A 보통주보다 무려 29배나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거래소에 신청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클래스B 보통주를 보유해 주도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복수의결권 제도로 자본력이 대기업보다 부족한 스타트업이 적대적 인수합병 등을 방어할 수 있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한국 정부는 2020년에 복수의결권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고 운을 띄웠다. 그로부터 무려 3년이나 지난 올 4월 27일에 드디어 복수의결권 제도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11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시행될 한국 스타일 복수의결권주식 제도 내용과 걱정되는 점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되면 정말 경영권 방어가 되나요?” [긱스]
  1. 설립 당시의 발기인 창업주만 가능
복수의결권 주식은 오직 해당 법인 설립 당시에 발기인으로 시작한 창업주에게만 부여가 가능하다. 해당 발기인이 최대 주주로 시작했더라도 복수의결권 주식을 부여할 당시에 반드시 대표이사, 사내이사로 상근 이사여야만 한다. 간혹 창업주가 어느 정도 회사가 성장한 이후에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에서 물러나 최대 주주로만 있고, 대표이사를 다른 사람으로 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해당 창업주가 발기인이어도 회사 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복수의결권 주식을 부여할 수 없다.

다른 특이한 점은 전과 유무다. 해당 창업주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한 경우에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받을 수 없다. 감옥에 있으면 제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있겠지만 필자 생각에는 한국의 법 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창업주는 벤처 기업 설립 당시부터 복수의결권 주식을 부여할 때까지 의결권 있는 주식 지분율을 30% 이상 유지해 온 최대 주주이어야 한다. 그런데 스타트업을 설립할 때 1인 대표가 아니라 여러 명 공동 창업자가 실질적 동급으로 창업한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는 최대 주주라고해도 애초에 지분율 30%가 안되거나 금방 깨지기 쉽다. 이 경우를 대비해 앞에 언급한 조건을 충족한 공동창업자는 그 지분율 합이 50%를 넘는 경우에는 각 공동창업자에게도 복수의결권주식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1. 마지막 투자로 지분율 30% 이하가 되어야 한다
벤처 기업의 창업주가 마지막 투자 유치로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지거나 최대 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에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투자라운드에서 지분율 30% 이하로 떨어지거나 최대 주주 지위를 잃게 될 상황이라면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위한 근거 규정을 정관에 미리 개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다고 아무 투자나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창업주의 특수관계인으로부터 투자받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투자금액도 기준이 있으나 이는 추후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제정하기로 했다.
  1. 가중된 특별결의 요건 필요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는 회사법의 중대 원칙인 '주주 평등의 원칙'의 예외다. 주주 평등의 원칙은 그 예외가 거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규범이다. 그런데 복수의결권 주식은 정치적, 제도적 취지로 그 원칙을 정면으로 깨는 것이다. 그렇기에 회사의 중요 의결 방법인 특별결의에서는 더 가중된 요건이 요구된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도록 근거 규정을 정하는 정관 개정과 복수의결권 주식 신주 발행을 위한 요건은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이 동의를 해야 한다. 정관 및 가중된 특별결의에서 복수의결권을 주식 1주당 2개에서 최대 10개까지 부여할 수 있다.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되면 정말 경영권 방어가 되나요?” [긱스]
  1. 복수의결권 주식은 창업주가 돈을 내고 사야한다.
많은 사람이 복수의결권 주식은 어떤 요건이 되면 창업주가 보유한 주식에 자동으로 복수의결권이 생기는 것이라고 오해한다. 가장 헛갈리는 부분이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창업주의 보통주가 자동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창업주가 회사에 주식 납입금을 내고 신주 발행으로 받는 것이다. 즉, 돈 주고 사야 한다. 그런데 창업주가 돈이 어디 있겠는가? 회사 가치는 수백억원이 돼도 창업주 자신은 투자자들 눈치 보며 대기업 일반 사원 월급 정도 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운이 좋아 그동안 구주를 조금 팔았더라도 최소한의 생활비나 전세 자금을 정도 마련한 수준일 것이다.

이런 문제의 보완책으로 해당 법은 창업주가 돈 대신 기존에 보유한 주식을 회사에 납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현실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향후 구체적인 사례를 봐야 알겠지만 창업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회사에 이른바 '현물출자'하게 되면 출자할 때 해당 주식에 대한 가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치 평가 후에 현행 세법에 따라 양도소세도 내야 할 것이다.

창업주가 보유한 주식을 취득할 때 가액은 회사 설립 때의 액면가다. 그런데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정도의 회사로 성장했다면 당시 회사의 기업가치는 설립 때보다 수백에서 수천배 이상은 커졌을 것이다. 창업주가 복수의결권 주식 납입대금으로 기존 주식을 현물 출자한다면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나올 텐데 정부는 이에 대한 법률적 세무적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창업주도 복수의결권 주식을 부여받지 못할 것이다.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되면 정말 경영권 방어가 되나요?” [긱스]
  1. 복수의결권 주식의 제한 사항
복수의결권의 존속 기간은 최대 10년이다. 기존 VC투자에서 자주 쓰이는 전환 주식의 존속기간과 동일하다. 해당 주식이 발행된 지 10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보통 주식으로 바뀐다. 존속기간 10년 이내라도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다시 보통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해당 벤처 기업이 상장될 경우에는 상장된 날부터 3년 뒤에 보통주로 변경된다. 주의해야할 점은 해당 기간 계산에서 존속 기간 종료일과 상장된 날로부터 3년 되는 날 중 빠른 날에 전환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2024년에 존속기간 10년으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했어도 2025년에 회사가 상장했다면 2034년이 아니라 2028년에 보통주로 전환되는 것이다.

복수의결권 제도의 취지가 경영자인 창업주를 보호하는 것이므로 창업주가 이사직을 상실하는 경우에는 보통주로 전환된다. 다만 대표이사만 물러나고 사내이사로는 유지한다면 보통주로 전환되지 않는다. 같은 취지로 창업주가 해당 주식을 양도나 증여하거나 사망 후 상속될 경우에는 보통주로 전환된다.

마지막으로 복수의결권 주식으로 의결할 수 있는 사항에 제한이 있다. 복수의결권 존속 기간을 변경하는 정관 변경은 미포함이다. 1주에 1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창업주 본인뿐만 아니라 이사의 보수나 책임감면을 결정하는 것도 제외다. 창업주 및 측근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위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취지다. 그런데 눈여겨봐야할 점은 이사의 해임 관련한 것은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 취지에 따라 창업주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제도고 제대로 시행된다면 회사 경영에 중대한 변화가 있어 각 분야에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필자도 스타트업 업계의 최전선에서 관련 업무를 하는 만큼 많은 제도가 실무에서 현실성이 없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이번 복수의결권 제도만큼은 오랜 기간 준비 끝에 도입했으니 정부는 많은 창업주가 복수의결권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유연한 자세로 제도 기틀을 잡아가 주길 바란다.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되면 정말 경영권 방어가 되나요?” [긱스]
최철민 최앤리법률사무소 대표
△연세대 법과대학 졸업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공무원 연금공단 감사관
△창업진흥원 예비·초기창업패키지 법률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