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G7회의 비전은 '핵없는 세상'…현실은 '핵 고삐 풀린 세상'

러·북·이란 핵위협 속 원폭피해지역서 만나는 정상들
日, 바이든 동조 바라지만 美도 핵탄두 늘리는 전략행보

일본은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확인받고 싶어 하지만, 세계는 이와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WP는 17일(현지시간) 일본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강조해오던 '핵무기 없는 세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이번 정상회의를 주최했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기시다 총리는 각국 정상들을 이끌고 기념공원과 박물관 투어를 함께하며 히로시마 원폭 사태의 재발 방지 결의 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가 그간 핵무기 사용의 '현실'을 각국 정상들에게 보여주는 게 핵 군축 압박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과 같은 선상이다.

유자키 히데히코 히로시마현 지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정상들이 "책에서 공부하는 것과 다르게 직접 느낄 수 있다"며 "이곳에서 회의를 여는 게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핵무기를 둘러싼 세계적인 분위기는 일본의 '핵 없는 세상'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WP는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배치를 반복적으로 시사하면서 핵 위협에 대한 공포감은 전 세계적으로 고조된 상황이다.

작년 10월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존 F. 케네디와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 아마겟돈이 일어날 가능성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며 성경에서 인류 최후의 전쟁으로 묘사되는 '아마겟돈'에 핵 위협 상황을 빗대기도 했다.

다른 한편 북한 또한 핵 프로그램을 빠르게 발전시키며 미사일 발사 시험을 수십차례 감행했고, 지난달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했다.

WP는 특히 여론조사 결과 한국 국민 대부분이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했다.

이 밖에도 미국이 2018년 이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한 이래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WP는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관리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동조를 끌어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도 "(바이든 대통령이) 핵무기의 잔인성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전략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바이든이 이곳에서 그 방향으로 첫발을 내디디면 세계는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히로시마에 방문해 원폭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우리 같은 핵보유국은 공포의 논리에서 벗어나 핵무기 없이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당면 사안에 집중할 예정이지만, 회의 장소(히로시마)의 상징성에 비춰 원폭 생존자를 만나고 관련 기념관도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정책에 있어 '핵 군축'을 중심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도 짚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핵탄두 비축 규모를 계속해서 늘려왔으며 이를 통해 적군의 핵무기 배치 시도를 저지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나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압도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