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 '3차대전' 경고…"美·中, 5년내 공멸할 수도"
20세기 외교 거두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사진)이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5~10년 안에 미·중이 전쟁으로 공멸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키신저는 오는 27일 100세 생일을 맞는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키신저는 “미국과 중국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인류의 미래는 두 국가에 달려 있다”고 했다.

키신저는 1971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이뤄냈다. 닉슨의 방중 이후 미국과 중국은 1979년 국교를 수립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7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키신저는 현재 국제 정세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국제 질서를 확립할 보편적인 원칙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중국 모두 원칙을 정하지 못하면 무력 충돌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키신저는 “서로 양보할 여지가 크지 않고, 평형이 깨지는 일이 생기면 재앙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양국이 길을 찾는 데 5~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미·중이 핵 군축처럼 AI 군사능력과 관련한 억지력을 위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기술 발전으로 양국이 상대를 완파할 능력을 갖추게 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키신저가 3차 세계대전을 피하는 법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키신저는 전쟁을 피하려면 중국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강대국으로 도약하고 싶을 뿐 지배하는 건 원치 않는다”고 했다. 중국은 뿌리 깊은 유교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권력보다 권위를 챙기고 싶어 한다는 해석이다.

키신저는 미·중이 현재 세계 평화를 해치는 주범이라는 인식부터 먼저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는 “두 나라가 모두 동참할 만한 세계 질서를 제시하고 균형점을 찾는다면 최소한 전쟁은 피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