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 "'택배기사' 원래는 1인2역…도전, 너무 재밌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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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 류석 역 배우 송승헌
"기획 단계에서는 행성 충돌 전 이야기가 있었어요. 아버지의 젊었을 때와 이후 류석도 제가 연기하는 방식으로 1인2역이었죠. 류석 입장에서는 그런 전사가 더 나왔다면 시청자들이 이해하는데 더 쉽지 않으셨을까 싶지만, 한정된 시간과 분량이 있으니 그 부분을 덜어낸 거 같아요."
소행성 충돌 후 황폐해진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송승헌이 연기한 류석은 악의 축이었다. 류석의 아버지가 이끄는 천명그룹은 한정된 공기와 자원을 시민들의 계급에 따라 배분하면서 정부와 대등한 권력에 섰다. 류석은 계급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난민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생체실험까지 자행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류석의 아버지가 구축한 지하 벙커 안에서 모두를 살릴 순 없는 거잖아요. 노아의 방주에 모두를 태울 수 없듯,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는 게 류석의 생각이었을 거예요. 류석의 사상 자체가 정당화될 순 없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그게 최선이라 판단했을 거 같고요."
극 중에선 가장 '나쁜 놈'이었지만, 현장에서 송승헌은 후배들을 챙기는 따뜻한 선배였다는 후문이다. 함께 연기한 김우빈에 대해 "너무 완벽해 인간미가 없다"면서도 "많이 아팠지만, 회복하고 돌아와서 그런지 굉장히 성숙하고, '난 저 나이 때 왜 그러지 못했나' 싶어질 정도로 배려심도 깊었다"면서 극찬을 이어갔다.
"전에는 촬영장에 가면 누나, 형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또래들이 됐고, 어느 순간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아졌더라고요. 부족한 것도 많고, 저도 제 연기를 보면서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계속 절 찾아주시고, 제 작품을 봐주시는 것들이 너무 감사하고 현장이 즐거워졌어요. 어릴 땐 우연히 배우가 됐고, 운 좋게 이 길을 계속 가게 되면서 현장이 전혀 즐겁지 않았는데, 제가 이전에 억지로 했던 그런 작품들도 좋게 봐주시는 것도 너무 감사하고요." 1995년 패션 브랜드 모델을 시작했을 때부터 잘생긴 외모로 주목받았고, 줄곧 정상의 자리를 유지했던 송승헌이었다. '택배기사'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면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송승헌은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2014년 개봉한 '인간중독'을 꼽으면서 "그전엔 '불륜을 왜 하냐'면서 무조건 멋있고, 정의롭고, 착하고, 정형화된 역할만 하려 했다"며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저도 시도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고, 저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으로 바뀐 거 같다"고 전했다.
"하기 싫은 걸 버텨냈다"고 말했지만, 송승헌은 마음을 주고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담당 매니저와 스태프를 비롯해 함께 데뷔한 배우 소지섭과 현재까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는 것은 물론 '택배기사'를 연출한 조의석 감독과도 2002년 '일단 뛰어'로 인연을 맺은 이후 20년 넘게 친구로 지내고 있다.
"그땐 감독님도 데뷔작이었고, 부담감도 크고 예민했고, 저도 신인이라 촬영할 땐 친하게 지내지 못했어요. 후반 작업을 하면서 친해졌던 거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감시자들', '마스터' 같은 작품이 사랑받으면서 잘나가는 감독님이 됐고, 사적으로는 자주 만나고 연락하지만, 촬영장에서 만나니 기분이 묘했어요. 촬영 전날엔 설레고 긴장되더라고요. 마지막 촬영이 끝난 후 '수고했다' 하는데, 티는 못 냈지만 '찡' 했어요. 20대에 만난 친구와 40대에 다시 작품을 한다는 게, 그 시간과 뭔가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좋더라고요." 최근에는 20년 된 팬의 결혼식에도 직접 참석하며 '의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송승헌은 '의리파'라는 평가에 손을 내저으며 "개인적인 성향 자체가 편한 것,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려서 편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격차가 크다 보니 '싸가지 않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며 "내가 불편해서 피한 건데, 그게 오해를 살 수 있겠다 싶어서 요즘은 '다가가야겠다' 싶긴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제가 이 나이에 교복을 입고, 캠퍼스 로맨스를 찍을 순 없는 거 아니겠냐"면서도 "나중에 기술이 더 발전했을 때, 저의 어린 모습을 CG로 구현할 수 있도록 제 모습이 미리 찍어놓긴 했다"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모습을 고백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마지막으로 '비혼'이라는 오해에 강하게 반박하며 "아직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순진한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폭소케 했다.
"제가 형도 있고, 누나도 있고, 둘 다 결혼해서 조카들도 있어서 결혼 압박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 처음 어머니가 '결혼은 안 할 거냐'고 물으셨어요. 주변에 (소)지섭이도 가고, 비혼주의자였던 (신)동엽이 형도 '결혼해서 너무 좋다'고 해서 부럽긴 해요. 그런데 혼자 있는 게 익숙해진 거 같아요. 주변에서 그게 익숙해지면 안 된다 하는데, 저는 제 성향을 알거든요. 눈에 뭐가 씌어야 해요.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결혼할 수 있어요.(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소행성 충돌 후 황폐해진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송승헌이 연기한 류석은 악의 축이었다. 류석의 아버지가 이끄는 천명그룹은 한정된 공기와 자원을 시민들의 계급에 따라 배분하면서 정부와 대등한 권력에 섰다. 류석은 계급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난민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생체실험까지 자행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류석의 아버지가 구축한 지하 벙커 안에서 모두를 살릴 순 없는 거잖아요. 노아의 방주에 모두를 태울 수 없듯,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는 게 류석의 생각이었을 거예요. 류석의 사상 자체가 정당화될 순 없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그게 최선이라 판단했을 거 같고요."
극 중에선 가장 '나쁜 놈'이었지만, 현장에서 송승헌은 후배들을 챙기는 따뜻한 선배였다는 후문이다. 함께 연기한 김우빈에 대해 "너무 완벽해 인간미가 없다"면서도 "많이 아팠지만, 회복하고 돌아와서 그런지 굉장히 성숙하고, '난 저 나이 때 왜 그러지 못했나' 싶어질 정도로 배려심도 깊었다"면서 극찬을 이어갔다.
"전에는 촬영장에 가면 누나, 형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 또래들이 됐고, 어느 순간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아졌더라고요. 부족한 것도 많고, 저도 제 연기를 보면서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계속 절 찾아주시고, 제 작품을 봐주시는 것들이 너무 감사하고 현장이 즐거워졌어요. 어릴 땐 우연히 배우가 됐고, 운 좋게 이 길을 계속 가게 되면서 현장이 전혀 즐겁지 않았는데, 제가 이전에 억지로 했던 그런 작품들도 좋게 봐주시는 것도 너무 감사하고요." 1995년 패션 브랜드 모델을 시작했을 때부터 잘생긴 외모로 주목받았고, 줄곧 정상의 자리를 유지했던 송승헌이었다. '택배기사'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면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송승헌은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2014년 개봉한 '인간중독'을 꼽으면서 "그전엔 '불륜을 왜 하냐'면서 무조건 멋있고, 정의롭고, 착하고, 정형화된 역할만 하려 했다"며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저도 시도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고, 저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으로 바뀐 거 같다"고 전했다.
"하기 싫은 걸 버텨냈다"고 말했지만, 송승헌은 마음을 주고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담당 매니저와 스태프를 비롯해 함께 데뷔한 배우 소지섭과 현재까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는 것은 물론 '택배기사'를 연출한 조의석 감독과도 2002년 '일단 뛰어'로 인연을 맺은 이후 20년 넘게 친구로 지내고 있다.
"그땐 감독님도 데뷔작이었고, 부담감도 크고 예민했고, 저도 신인이라 촬영할 땐 친하게 지내지 못했어요. 후반 작업을 하면서 친해졌던 거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감시자들', '마스터' 같은 작품이 사랑받으면서 잘나가는 감독님이 됐고, 사적으로는 자주 만나고 연락하지만, 촬영장에서 만나니 기분이 묘했어요. 촬영 전날엔 설레고 긴장되더라고요. 마지막 촬영이 끝난 후 '수고했다' 하는데, 티는 못 냈지만 '찡' 했어요. 20대에 만난 친구와 40대에 다시 작품을 한다는 게, 그 시간과 뭔가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좋더라고요." 최근에는 20년 된 팬의 결혼식에도 직접 참석하며 '의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송승헌은 '의리파'라는 평가에 손을 내저으며 "개인적인 성향 자체가 편한 것,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려서 편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격차가 크다 보니 '싸가지 않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며 "내가 불편해서 피한 건데, 그게 오해를 살 수 있겠다 싶어서 요즘은 '다가가야겠다' 싶긴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제가 이 나이에 교복을 입고, 캠퍼스 로맨스를 찍을 순 없는 거 아니겠냐"면서도 "나중에 기술이 더 발전했을 때, 저의 어린 모습을 CG로 구현할 수 있도록 제 모습이 미리 찍어놓긴 했다"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모습을 고백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마지막으로 '비혼'이라는 오해에 강하게 반박하며 "아직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순진한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폭소케 했다.
"제가 형도 있고, 누나도 있고, 둘 다 결혼해서 조카들도 있어서 결혼 압박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 처음 어머니가 '결혼은 안 할 거냐'고 물으셨어요. 주변에 (소)지섭이도 가고, 비혼주의자였던 (신)동엽이 형도 '결혼해서 너무 좋다'고 해서 부럽긴 해요. 그런데 혼자 있는 게 익숙해진 거 같아요. 주변에서 그게 익숙해지면 안 된다 하는데, 저는 제 성향을 알거든요. 눈에 뭐가 씌어야 해요.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결혼할 수 있어요.(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