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좀 혼내주세요"…MZ 수천명 모인 오픈채팅방 '화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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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방 입장 환영해요"…MZ가 고물가 시대서 살아남는 법
화제의 오픈채팅 '거지방' 살펴보니
외식물가 상승에 MZ세대 관심 늘어나
'절약 소비를 위한 놀이'로 자리 잡아
화제의 오픈채팅 '거지방' 살펴보니
외식물가 상승에 MZ세대 관심 늘어나
'절약 소비를 위한 놀이'로 자리 잡아
"다음 주가 월급날인데, 밀린 카드값을 내느라 통장 잔고가 '0원'에 가까워졌어요. 남은 현금 5만원으로 일주일을 버텨야 하는데, 혼자서 절약을 잘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남들 하는 것 보고 자극받으려고 '거지방'에 들어갔어요"
얼마 전 '절약 소비'를 위해 MZ(밀레니얼+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거지방'에 들어가게 됐다는 직장인 김모 씨(26)는 "거지방 사람들의 추천을 받고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다"며 "평소 '밥 먹는 데에는 아낌없이 쓰자'는 주의였는데, 요즘 밥값이 너무 비싸져서 이렇게라도 소비를 줄이려고 들어가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물가 상황의 장기화로 '무(無)지출 챌린지'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가운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일종인 '거지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거지'라는 어감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달리, '거지방'은 고물가 시대 속 개개인의 소비 실태를 공유하고, 함께 절약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과소비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거지방'은 많지만 이들의 공지는 대동소이하다. '극단적 절약과 쓸모 있는 소비 환영한다', '짠테크(소액 쪼개서 투자하기), 절약 꿀팁 공유하자',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무료만 써달라', '비싼 음식 사진 올리기 금지' 등 소비 보다는 절약을 유도하고 있다. 절약하고자 마음먹은 사람들만 있다보니 "커피 사 먹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회사 탕비실에서만 먹어라" 등 현실적인 대안이 쏟아진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주로 현재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버는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직장인 등 20~30대로 확인됐다. 절약하는 일상을 공유하며 '무(無)지출'을 위한 개인적인 팁을 전수하거나 방향성을 전하면서 서로를 독려하는 분위기였다.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거지방에는 "도저히 못 버텨서 조언 구하러 왔다", "도시락 싸는 법 추천해달라, 점심값 아깝다", "절약해야 하는 데 쓴소리 좀 해달라", "소비 충동 욕구를 막아달라"면서 입장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거지방에 모인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식사 장소는 '편의점'이었다. 가성비로는 편의점 음식을 따라올 식당이 없다는 것. "식비를 줄이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제육볶음을 먹고 싶으면 편의점에 가라. 거기가 일반 식당보다 2배 싼데 맛은 비슷하다", "김밥도 서민 음식이란 말은 옛말이다. 편의점에 가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먹어라" 등 조언이 쏟아졌다.
실제로 편의점은 MZ세대가 고물가 시대에서 끼니 해결을 위해 선택한 곳 중 하나다. 지난 18일 신한카드가 MZ세대의 소비문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MZ세대가 해당 카드로 편의점을 이용한 비중은 전체의 62%에 달했다. 이들 세대 한 명당 편의점 월평균 이용 건수는 5회로, 2.9회에 그친 다른 세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CU가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점심 시간대(오전 11시~오후 1시) 간편식품 판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매출 1위가 도시락, 판매량 1위는 김밥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 사이 '무지출 챌린지'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히면서 '거지방'과 같이 온라인상에서 서로 절약 문화를 독려하는 문화는 앞으로 더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상에서 일상을 공유하고 인증하는 문화가 익숙해진 이들 세대의 특성이 반영돼 거지방이 하나의 '절약 소비를 위한 놀이'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상에 본인이 절약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남들에게 보여주며 뿌듯함과 만족감을 얻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만 (고물가 상황이) 힘든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힘들다는 연대 의식, 동병상련의 감정을 얻어간다는 것과 소비를 줄이기 위한 자극을 받아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얼마 전 '절약 소비'를 위해 MZ(밀레니얼+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거지방'에 들어가게 됐다는 직장인 김모 씨(26)는 "거지방 사람들의 추천을 받고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다"며 "평소 '밥 먹는 데에는 아낌없이 쓰자'는 주의였는데, 요즘 밥값이 너무 비싸져서 이렇게라도 소비를 줄이려고 들어가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물가 상황의 장기화로 '무(無)지출 챌린지'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가운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일종인 '거지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거지'라는 어감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달리, '거지방'은 고물가 시대 속 개개인의 소비 실태를 공유하고, 함께 절약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과소비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MZ들 수천명 모였다…'거지방' 어떤가 살펴보니
카카오톡 오픈 채팅 검색란에 '거지방'을 입력하자 관련 채팅방이 180개 이상이 쏟아졌다. 이 중 대부분의 채팅방에 100명 이상의 인원이 들어가 있었고, 많이 모인 방은 1400명을 훌쩍 넘겼다.'거지방'은 많지만 이들의 공지는 대동소이하다. '극단적 절약과 쓸모 있는 소비 환영한다', '짠테크(소액 쪼개서 투자하기), 절약 꿀팁 공유하자',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무료만 써달라', '비싼 음식 사진 올리기 금지' 등 소비 보다는 절약을 유도하고 있다. 절약하고자 마음먹은 사람들만 있다보니 "커피 사 먹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회사 탕비실에서만 먹어라" 등 현실적인 대안이 쏟아진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주로 현재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버는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직장인 등 20~30대로 확인됐다. 절약하는 일상을 공유하며 '무(無)지출'을 위한 개인적인 팁을 전수하거나 방향성을 전하면서 서로를 독려하는 분위기였다.
저렴한 '한 끼 해결법' 공유…절약 소비 위한 MZ만의 '놀이'
이곳에 모인 이들이 제일 많이 대화를 나누는 주제는 '오늘의 한 끼 해결법'이다. 냉면 1만1000원, 삼겹살 2만원, 짜장면 7000원 등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지역 평균 가격이 작년보다 최고 13% 가까이 상승했다.외식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거지방에는 "도저히 못 버텨서 조언 구하러 왔다", "도시락 싸는 법 추천해달라, 점심값 아깝다", "절약해야 하는 데 쓴소리 좀 해달라", "소비 충동 욕구를 막아달라"면서 입장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거지방에 모인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식사 장소는 '편의점'이었다. 가성비로는 편의점 음식을 따라올 식당이 없다는 것. "식비를 줄이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제육볶음을 먹고 싶으면 편의점에 가라. 거기가 일반 식당보다 2배 싼데 맛은 비슷하다", "김밥도 서민 음식이란 말은 옛말이다. 편의점에 가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먹어라" 등 조언이 쏟아졌다.
실제로 편의점은 MZ세대가 고물가 시대에서 끼니 해결을 위해 선택한 곳 중 하나다. 지난 18일 신한카드가 MZ세대의 소비문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MZ세대가 해당 카드로 편의점을 이용한 비중은 전체의 62%에 달했다. 이들 세대 한 명당 편의점 월평균 이용 건수는 5회로, 2.9회에 그친 다른 세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CU가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점심 시간대(오전 11시~오후 1시) 간편식품 판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매출 1위가 도시락, 판매량 1위는 김밥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 사이 '무지출 챌린지'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히면서 '거지방'과 같이 온라인상에서 서로 절약 문화를 독려하는 문화는 앞으로 더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상에서 일상을 공유하고 인증하는 문화가 익숙해진 이들 세대의 특성이 반영돼 거지방이 하나의 '절약 소비를 위한 놀이'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상에 본인이 절약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남들에게 보여주며 뿌듯함과 만족감을 얻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만 (고물가 상황이) 힘든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힘들다는 연대 의식, 동병상련의 감정을 얻어간다는 것과 소비를 줄이기 위한 자극을 받아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