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9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했다. 등급 전망도 기존과 같은 ‘안정적’ 평가를 내렸다. 다만 늘어나는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랏빚을 함부로 늘릴 수 없도록 하는 재정준칙의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이날 발표한 연례 신용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5%로 예상했다. 지난 3월 전망치(1.6%)보다 0.1%포인트 낮다. 무디스는 “올해 한국경제는 반도체 경기 둔화, 통화 긴축, 부동산 시장 조정 등 영향으로 성장이 다소 둔화되나 하반기 이후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0%에서 2.4%로 0.4%포인트 상향했다.

다만 무디스는 한국 경제의 위협 요인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계·기업부채 △고령화 및 노동시장 이중구조 △늘어나는 국가채무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대표적인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우선 무디스는 한국의 가계·기업부채가 소비·투자 심리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부채는 1749조원에 달한다.

무디스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가계대출에 대한 건전성 규제와 신속한 시장 안정조치 등으로 리스크가 완화됐다”면서도 “최근 글로벌 은행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기업 부문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채 의존도가 높은 부동산·에너지·건설 부문이 취약하다는 것이 무디스 진단이다.

고령화 및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도 잠재성장률을 저하시키는 위협 요인으로 봤다. 재정부담 요인으로는 지난해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 감소, 고령화로 인한 지출 증가 등을 지목했다. 다만 무디스는 비교적 낮은 부채비율과 양호한 국내 자본조달 여건 뿐 아니라 향후 재정준칙이 시행된다는 가정에 따라 부채감당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 및 거시경제 안정과 대외불안 요인에 대응한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국가채무는 코로나19 전후로 과거 평균에 비해 늘었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건전재정 기조 전환으로 재정적자 폭이 축소되고 국가채무비율도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6.9%로, 선진국 평균(51.0%)을 밑돈다.

기획재정부는 무디스의 평가에 대해 “한국 경제의 경쟁력과 회복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여전히 유효하며, 건전재정 기조 전환으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평가가 크게 개선됐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재정준칙이 법제화되면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재정정책의 독립성·효과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고령화 등 구조개혁과제 대응, 잠재성장률 제고, 금융시장 안정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등 대외신인도 제고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