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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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서울에서 송파구와 강동구 등을 중심으로 외지인의 아파트 매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서울 입성이나 상급지 갈아타기를 노리는 원정 투자 수요가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하락장에서 가격이 많이 내린 신축 단지의 회복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원정 매수, 148% 증가

외지인 몰려든 강남·송파·강동, 집값 뛰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이외 지역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724건으로, 전 분기(696건)보다 148% 늘어났다. 1월 338건을 시작으로 2월 576건, 3월 810건 등 석 달 연속 증가세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1분기 외지인 매수자가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송파구(184건)였다. 강동구(151건)와 마포구(132건), 강남·노원·성북구(각 10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매매 대비 외지인 매입 비중이 높은 지역은 마포(43.3%), 광진(38.5%), 용산(34.8%) 순이었다.

이들 지역은 최근 들어 아파트값이 반등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달 셋째주(지난 15일) 기준 송파(0.11%)와 강남(0.10%), 노원(0.07%), 강동(0.06%), 용산(0.05%) 모두 전주보다 집값이 올랐다. 마포는 -0.05%를 기록했지만 한 주 전(-0.11%)에 비해 낙폭이 둔화했다. 집값이 어느 정도 떨어진 상황에서 외지인 매수세가 시장 변화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급매물이 소진되고 호가가 덩달아 오르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이 반등 기미를 보인다는 얘기다.

연초만 해도 실거래가가 20억원을 밑돌던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이달 21억3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최근 22억~24억원대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회만 되면 서울에 집을 마련하려는 지방 부자나 경기 지역 투자자는 하락기를 매수 타이밍으로 적극 활용한다”며 “급매 소진 이후 차상위 가격대에서도 거래가 이뤄지는지 여부가 시장 반등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주택 사업자들은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지난달 78.0에서 이달 106.6으로 28.6포인트 오르며 13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돌파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었다는 건 향후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주택 사업자가 더 많다는 얘기다.

새 아파트가 가격 상승 주도

노후 단지가 아니라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도 최근 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5년 이하(사용승인 시점 기준)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 0.11% 오른 데 이어 이번 주도 0.09% 상승했다. 20년 초과 아파트가 이번 주 0.03% 내린 것과 대비된다. 5년 이하 아파트의 경우 강남 4구가 속한 동남권(0.19%)과 노원구, 동대문구 등이 있는 동북권(0.08%)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 기대감을 바탕으로 매입하는 단지라면 새 아파트는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올초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실수요자들이 가격이 많이 내린 새 아파트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월계센트럴아이파크 전용면적 84㎡ 실거래가는 작년 10월 7억5000만원에서 올 3월 8억7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밀집해 있는 동남권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20년 초과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올해 매매만 40건 넘게 이뤄졌다. 전용 84㎡ 가격이 연초 21억5000만원에서 이달 24억3000만원까지 뛰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