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회복세를 띠는 데 비해 지방은 ‘거래절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래가 늘고 있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이솔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회복세를 띠는 데 비해 지방은 ‘거래절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래가 늘고 있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이솔 기자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3002가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41건이었다. 최악의 거래 가뭄을 겪은 작년 같은 기간엔 두 건뿐이었다. 올초 정부 규제 완화와 실거래가 반등으로 거래가 증가하는 등 서울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반면 1463가구인 전남 여수의 신기부영 3단지는 올해 거래가 한 건도 없다. 작년 12월 전용면적 60㎡가 1억1800만원에 거래된 게 마지막이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아파트 거래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지방은 거래 침체가 여전한 모습이다.

전북 거래량 1년 새 62.5% ‘뚝’

서울 월 거래 3000건 돌파…부산·대구는 단지 절반이 올해 '거래 0건'
19일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1분기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만1958건에서 올해 2만980건으로 75.4% 늘었다. 경기도 지난해 3만8045건에서 올해 4만2937건으로 12.9% 증가했다.

반면 전북의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분기 1만3457건에서 올 1분기 5051건으로 62.5% 줄어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낙폭이 가장 컸다. 전주가 2743건에서 1964건으로 28.4%(779건) 감소했다. 익산(6265건→853건)과 군산(2492건→874건)도 50% 넘게 줄었다. 전남(1만701건→4994건)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나주가 3847건에서 287건으로 92.5% 떨어진 영향이 컸다. 경북(1만5344건→7615건)에서도 포항(5092건→2105건)과 구미(3407건→1531건), 경주(1950건→674건)의 거래 가뭄이 지속됐다.

지방에선 1000가구 넘는 대단지임에도 올해 거래량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단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북 익산시 신동 익산금호어울림(732가구)은 올해 거래량이 작년 같은 기간(20건)에 비해 90% 준 2건에 불과하다. 강원 강릉 입암금호어울림(1017가구)은 6건에 그쳤다.

광주와 부산 등 지방 광역시도 거래가 10% 넘게 줄었다. 부산과 대구는 전체 단지의 절반가량에서 거래가 아예 없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거래량이 1~9건인 단지도 부산은 42%, 대구는 40%나 됐다.

집값 변화가 거래량 갈랐다

지난해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부동산 시장 한파가 몰아닥친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과 거래량이 바닥을 다져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강남구 아파트값은 한 주 전(0.01%)보다 0.10% 올랐다. 서울 전체 시장도 연초 정부의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 대출, 집값 바닥 인식 확산 등 영향으로 거래가 회복세를 보이고, 가격 반등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에서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건 아파트 가격 하락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가격 하락세가 올해도 지속되면서 매수 심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지방 아파트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2월 17억4008만원을 찍은 속초 동명동 속초디오션자이 전용 131㎡ 분양권은 지난달 12억8133만원까지 떨어졌다. 2021년 8월 18억3000만원(41층)이던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14억2000만원(43층)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아파트 거래절벽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일자리나 관광 인프라 같은 호재가 많지 않은 지방은 거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연초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서울 아파트 매력도가 높아진 것도 지방 거래 감소를 불러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인혁/심은지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