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소방서 고정기 소방관·법환어촌계 강기욱 해녀

"나의 남편은 새까만 연기, 뜨거운 불길에 맞서는 사람입니다.

", "나의 아내는 짙푸른 바다, 차가운 파도와 함께 물결치는 사람입니다.

"
"안전 또 안전" 물불 안 가리는 해녀·소방관 부부
부부의 날(5월21일)을 앞두고 각각 불길과 파도를 헤치며 활약하는 부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제주 서귀포소방서 소속 고정기(39) 소방관과 법환어촌계 해녀 강기욱(39)씨다.

19일 고 소방장에게 '물불을 안 가리는 부부'가 된 사연을 들어봤다.

제주 출신인 부부는 2007년 겨울, 광주에서 소개로 처음 만나 강한 이끌림에 얼마 안 돼 바로 연애를 시작했다.

당시 고씨는 전남지역 육군 특전사 대원이었고, 강씨는 서귀포시 모 금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고씨가 군에서 제대해 제주로 온 2008년 7월까지 장거리 연애는 계속됐다.

고 소방관은 "바다를 건너야 하는 연애였지만, 여느 연인들 못지않게 알콩달콩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제주로 내려와 진로 고민을 하던 그에게 강씨는 소방 임용 시험을 제안했다.

특전사 때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씨는 2009년부터 임용 시험 준비를 위해 서울살이를 했고, 마침 같은 해 강씨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모 금융기관 계열사 계약직으로 취직하게 되면서 타지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그리고 이듬해, 고씨는 강원도 소방안전본부 구조특채로 임용됐다.

장거리 연애의 연속이었지만 그동안 쌓아온 사랑과 신뢰로 만남은 지속됐고 마침내 둘은 2012년 2월 결혼에 골인했다.

"안전 또 안전" 물불 안 가리는 해녀·소방관 부부
장거리 연애에 이어 주말부부가 됐지만, 둘 사이 물리적 거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 소방관은 "2013년 아내가 첫째 아들을 임신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강원도에서 함께 지냈다"며 "그러다 고향 제주에서 살자는데 서로 뜻이 맞아 아내와 아들이 2016년 먼저 제주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시·도 교류를 신청한 고 소방관은 아내가 제주로 내려가고 나서 1년 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제주로 근무지를 옮겼다.

강씨는 홀로 제주로 온지 얼마 안 돼 남편에게 "해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 등 타지살이하면서 무료했던 만큼 자연, 특히 언제든 볼 수 있었던 바다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강씨는 "한때 제주가 답답해 서울 가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어릴 적부터 바다와 맞닿은 동네에서 살아온 터라 자연, 특히 바다와 점차 멀어지는 생활에 지쳤다.

그만큼 바다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고 소방관은 처음 아내 말을 듣고는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반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강씨는 결국 남편을 설득, 법환해녀학교를 2기로 졸업하고 법환어촌계 막내 해녀로 물질을 시작했다.

고 소방관은 "우려와는 달리 아내가 잘 해내고 있다.

이제 막내에서 벗어나 후배도 두고 있다"며 "아내가 해녀로 일하는 것에 대해 큰 존경과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부의 공통 관심사는 바로 서로에 대한 안전이다.

부부는 "물과 불을 오가며 일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안전 또 안전'을 되새기고 있다"며 "매일매일 퇴근 후 무사히 집에서 같이 저녁을 맞이하는 소소한 일상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