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한일정상 위령비 참배 큰 의미"…하야시 "양국 협력 견고히 할 것"
한일 외교장관, G7 계기 히로시마서 회담…"글로벌 현안서 공조"(종합)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20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글로벌 현안에서 공조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박 장관은 이날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내일 아침 두 정상이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는 것은 양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구축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도쿄 방문에 이어 이달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을 답방하면서 양국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가 완전히 복원되고 한일관계가 정상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 하야시 외무상과의 회담, 내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앞으로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지역과 글로벌 현안에서 공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하야시 외무상도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약 2주 전 기시다 총리의 방한 등 양국 정상의 용단에 의해 이례적인 속도로 셔틀 외교가 본격화해 한일관계가 개선의 궤도에 오른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박 장관과는 긴밀히 의사소통을 해 왔고, 성과가 겉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한일 간 협력을 더욱 견고하고 폭넓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공조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하야시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아프리카 수단에서 일본인 대피를 지원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에 박 장관은 "한국과 일본 국민이 무사히 대피하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제3국에서 한국과 일본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있을 경우 공조 체제를 가동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열린 후 약 석달만이며 지난 3월 정부가 강제 징용 피해자 해법을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 장관이 약 5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외교·안보, 경제 안보 등 양국 간 여러 분야 협의체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북핵 위협 고도화,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 협력은 물론 한미일 공조를 강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일본 외무성도 회담 결과 보도자료를 내고 양국 외교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 구체적인 협력 가능성을 찾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유지·강화 도모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의 핵무기 폐기 결의에 대한 한국의 지지에 사의를 표명하고 박 장관은 기시다 총리가 제창한 '히로시마 액션 플랜' 등 핵 군축·비확산 분야의 일본의 공헌을 평가했다.

양국 장관은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발신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인 납북 문제에 대해서도 박 장관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이에 사의를 표했다고 외무성은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이날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1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