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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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공기업의 직무 순환

멘티가 A공기업에 입사했다. 어려운 문을 통과했기에 입사 당시 함께 식사를 하며 여러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3년이 지나지 않아 전혀 다른 직무로 부서를 옮겼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또 다른 부서로 옮겼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인사 업무를 하겠다던 멘티였는데, 인사 업무는 하지 못하고 회계,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한다.
워낙 밝고 성실한 성격을 보유하고 있어 어떤 부서 무슨 직무를 해도 잘해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다.
처음 회계 직무를 했다면, 회계에서 세무, 외환, 재무 기획으로 직무를 경험하며 공인회계사 또는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7년이 지나 우연한 인사 담당자 모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여전히 밝고 활기찬 모습이다.
하지만, 이론으로 알고 있는 인사와 실제 담당하는 업무인 인사는 차이가 크다. ‘세미나가 진행되면 될수록 표정이 없다. 한 직무의 7년차이면, 그 직무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성과가 떨어지면, 그 근본 원인을 찾아 개선하고 매뉴얼을 만들고 내부 인력에 대해서는 가르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정부와 공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철저한 직급 중심의 구조이다. 직급에 따라 역할과 하는 일의 수준이 달라진다. 5급 주무 사무관은 대부분 실무 중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고,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5급 행정고시 출신이냐? 7급 또는 9급에서 승급 되어 올라왔느냐 중요하지 않다. 5급 주무 사무관은 그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 이 주무 사무관이 서기관이 되지 못하고 다른 부서로 가도 주무 사무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전체를 취합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중요 이슈에 대해서는 과장에게 보고하고 정책을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직무 전반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할 수 없다.

정부와 공기업은 입사하면 대부분 평생 직장이다. 퇴직하여 다른 회사로 갈 생각을 크게 갖지 않는다. 급여와 복리후생, 안정성, 일의 강도, 워라밸, 사회적 인정 등 여러 면에서 민간 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경쟁우위가 있다. 한번 입사하여 한 직무만 담당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조직장이 되어 5개의 직무 중 한 개만 담당하였다면, 다른 4개 직무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과제를 도출하고, 조직이 나아갈 방향과 전략 및 중점과제를 이끄는데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다. 사업의 본질, 제품과 서비스의 프로세스와 중점 내용, 전략과 재무 상태, 조직과 임직원을 자료 없는 상태에서 설명 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직무만 담당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자신의 직무는 잘 알지만 타 직무나 회사 상황을 알지 못해 전사적 관점의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다. 과거에는 한 직무에서 오래 근무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부정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다. 3년 정도 한 직무를 경험하면 타 부서로 옮기게 인사관리를 했다.

공기업 연수원을 방문하여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왠지 서울 본사의 직원들에 비해 열정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대화를 나누며 이곳이 한직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한직이면, 자신은 회사와 임직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인식되어 있을까 생각하니 활력이 떨어지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이곳에서 미래 경영자, 핵심 직무 전문가가 육성된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민간 기업의 직무 전문성 강화

많은 민간 기업은 전 인력을 대상으로 직무 순환을 실행하지 않는다. 물론 관리자, 경영자로 육성할 인력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부서 배치를 통해 직무를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대부분 직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서 또는 팀에 주어진 직무를 수행하며 팀장이 되지 못하면 팀원으로 퇴직을 하게 된다. 직무 전문성을 높여가는 방법으로 인력을 운영한다.

세계적 트렌드는 직무 전문성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직무의 단계를 나눠 보다 중요하고 전문성을 요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는 보상, 승진, 육성 기회를 차별적으로 부여한다. 하지만, 직무 역량이 유지 수준이라면 머물면 머물수록 앞서가는 직원에 비해 상대적 승진과 보상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직무 중심의 인사가 운영되는 회사들이다.

직무 전문성을 강화하는 회사들은 핵심 직무와 유지 직무를 구분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달리 가져가고 있다. 핵심 직무의 핵심 직무 전문가는 회사가 놓쳐서는 안되는 인재들이다.
채용도 쉽지 않고 일단 확보했으면 유지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핵심 직무는 아니지만,
일반 직무도 전문성이 없으면 회사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모든 조직과 구성원의 직무 역량 수준이 높아야 전략을 제품과 서비스에 높은 수준으로 담을 수 있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직무를 분류하고, 직무의 단계를 나눠, 직무 단계별 현재 직원들의 수준에 맞는 육성 방안을 현업 중심으로 가져가고 있다.

민간 기업이 직무 전문성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이끌지만, 경영자 될 인력에 대해서는 직무 전문성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전략적 직무 순환을 운영한다.

젊은 직원들은 한 회사 내에서 다양한 경험보다는 특정 직무의 전문성을 높여 빠른 인정과 보상을 원한다. 회사도 직무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직무 단계, 심사, 단계별 차등화된 인사 제도 운영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직무 발령을 하며 직무 이력을 관리해줘야 한다.
직무급을 도입하자는 말은 많지만, 실제 직무급을 운영하는 회사가 적은 이유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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