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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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진(23)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새로운 '매치 퀸'으로 등극했다.

성유진은 21일 강원 춘천 라데나GC(파72·6350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동갑내기 박현경을 상대로 3홀 남기고 4홀차 승리를 거두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 성유진은 7번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우승으로 직행했다. 조별리그에서 쉽지 않은 상대인 조아연, 김민별, 조은혜를 만났지만 3전 전승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투어 대표 강자 임희정, 8강에서는 유서연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도 성유진의 기세는 무서웠다. 4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홍정민을 만나 이글 1개, 버디 3개를 잡으며 2홀 남기고 4홀차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팽팽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기대됐던 결승전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메이저 퀸' 박현경을 상대로 2번(파5), 3번(파3), 4번(파4)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3홀 차로 달아났다. 샷부터 퍼트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특히 3, 4번 홀에서는 족히 5m는 되는 거리에서 침착하게 공을 홀에 넣으며 신들린 퍼팅감을 선보였다.

박현경이 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으며 반격에 나서는 듯 했으나 성유진은 곧바로 9번홀(파4)을 가져오며 추격의 여지를 차단했다. 이후 13번홀(파3) 버디로 격차를 다시 한번 벌였고 15번홀(파4)에서 파 컨시드를 받으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성유진은 대기만성형 골퍼다. 박현경, 임희정, 조아연 등 쟁쟁한 스타들과 KLPGA 투어 데뷔 동기이지만, 그들에게 밀려 빛을 많이 보지 못했다. 동기들이 '루키 돌풍'을 일으키며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하는 동안 묵묵히 기량을 갈고 닦았다. 그리고 투어 데뷔 4년차인 지난해에야 롯데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올렸다.

여기에 지난달 초청선수로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오픈은 성유진을 한번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톱 랭커처럼 경기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는 성유진은 그 대회를 기점으로 실력과 멘탈 모두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메이저대회 KLPGA 챔피언십에서 8위, NH투자증권 챔피언십 9위를 기록했고, 이날 매치퀸에 오르며 정점을 찍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에서 데뷔 동기들을 모두 꺾으며 '새로운 강자의 탄생'을 알렸다.

박현경은 2021년 5월 KLPGA 챔피언십 2연패 이후 이어진 우승 가뭄을 끊지 못했다. 박현경은 지난 2년간 8차례 준우승하고 톱10에 23차례 진입했으나 유독 우승 인연이 없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