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1%대 중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이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면서다. 반도체 경기 부진이 길어지고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도 가시화하지 않으면서 경기 둔화가 길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한다. 한은은 작년 11월 첫 번째 전망 땐 올해 성장률을 1.7%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6%로 내린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수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그동안 성장률 하향 조정을 예고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0.1~0.2%포인트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낮췄다. 특히 하반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내렸다. 2월 전망 때 2.1%에서 2.4%로 올렸는데 이번에 다시 원위치시켰다. 한국금융연구원도 하반기 성장률을 1.9%에서 1.7%로 낮췄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1.3%로, 정부 전망치(1.6%)보다 훨씬 낮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이달 19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6%에서 1.5%로 낮춰 잡았다. 정부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하반기에도 경기 반등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하반기 경기 반등을 위해선 반도체 경기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소비와 고용 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 성장률도 반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과 재고 조정으로 반도체 경기가 2~3분기에 바닥을 치고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한파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도 있다. 통계청의 3월 경기순환시계를 보면 국내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 10개 중 소매판매액지수를 비롯한 7개 지표가 상승 또는 회복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다음달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내수 활성화 대책을 포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기 부양을 위한 인위적인 추가경정예산안은 편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