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절벽' 덮친 어린이집…서울서만 8년새 2000개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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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00만을 지키자
(14) 어린이집 줄줄이 폐원
서울 0~3세 영아 인구 '반토막'
어린이집 하루 1개꼴로 문닫아
국공립마저 충원율 80%도 안돼
보육보다 교육…유치원 더 선호
유아 대상 영어학원 갈수록 인기
3세 되면 옮겨 어린이집만 '텅텅'
(14) 어린이집 줄줄이 폐원
서울 0~3세 영아 인구 '반토막'
어린이집 하루 1개꼴로 문닫아
국공립마저 충원율 80%도 안돼
보육보다 교육…유치원 더 선호
유아 대상 영어학원 갈수록 인기
3세 되면 옮겨 어린이집만 '텅텅'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있다. 서울에서만 지난 8년간 어린이집 2000여 개가 문을 닫았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지만, 남아있는 어린이집 상당수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처지다. 태어나자마자 대기를 걸어야 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전문가들은 저출생과 유치원·영어유치원 선호로 어린이집이 당분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살아남은 어린이집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작년 서울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정원 충족률(충원율)은 79.1%에 그쳤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후 이 비율이 8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2017년만 해도 90%를 넘겼지만 최근 5년 사이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2019년 88.5%에서 2020년 85.0%, 2021년 82.3%로 뚝뚝 떨어지다가 지난해 80% 선 아래로 내려갔다. 민간 어린이집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작년 서울 내 민간 어린이집 총정원은 6만5662명인데 현원은 4만7079명(71.7%)에 불과했다. 사회복지재단과 법인 단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충원율은 각각 64.6%, 68.7%로 심각한 수준이다.
어린이집 연쇄 폐업의 가장 큰 이유는 저출생이다. 작년 서울 영유아 인구(만 0~6세)는 34만5083명이었다. 2014년 55만9662명에서 8년 만에 38.3% 감소했다. 특히 만 0~3세 영아의 감소세가 가팔랐다. 같은 기간 32만3855명에서 17만6989명으로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아이가 감소하면서 어린이집 폐원도 잇따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서울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집은 4712개로 2014년보다 2075개 줄었다. 8년간 세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태어나자마자 대기를 걸어야 들어갈 수 있다던 국공립 어린이집도 상황이 어려워졌다. 서울 국공립 어린이집 충원율은 2014년 88.4%에서 2022년 79.1%로 80% 아래로 떨어졌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유치원에 다닐 수 있는 나이(만 3~5세) 가운데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는 2014년 10만735명에서 작년 6만6970명으로 33.5% 줄었다. 같은 기간 유치원 원아 수는 9만1195명에서 6만6524명으로 27%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박창현 유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보육보다는 교육을 원하는 부모가 늘면서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가 만 3세가 되면 유치원으로 옮기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2019년 누리과정을 학습 중심에서 놀이 중심으로 개편했다. 놀이·체험활동을 통해 문자에 대한 호기심을 높인 뒤 한글 학습은 초등학교 입학 후 배우도록 하고 있다. 공립 유치원 대부분은 영어 교육은커녕 한글 교육조차 하기 어렵다. 영어 유치원은 방학이 짧고 셔틀버스도 운행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가 선호한다.
영어 유치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영어 유치원 수는 2015년 162개에서 2022년 269개로 107개(66.0%) 증가했다. 학업 경쟁을 시작하는 연령이 계속 낮아지는 가운데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결과가 더 좋을 것’이라고 여기는 학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 유치원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동기에 꼭 필요한 교육에 소홀해질 수 있어서다. 손혜숙 경인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학원으로 분류되는 영어 유치원에서는 영·유아 시기에 필요한 인지, 정서, 사회성, 신체 발달 등 전인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인/강영연 기자 hey@hankyung.com
인구절벽 사태에 ‘직격탄’
21일 서울시 보육통계에 따르면 서울 내 어린이집 수는 2014년 6787개에서 지난해 4712개로 줄어들었다. 폐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337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거의 매일 한 개씩 어린이집이 사라진 셈이다.살아남은 어린이집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작년 서울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정원 충족률(충원율)은 79.1%에 그쳤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후 이 비율이 8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2017년만 해도 90%를 넘겼지만 최근 5년 사이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2019년 88.5%에서 2020년 85.0%, 2021년 82.3%로 뚝뚝 떨어지다가 지난해 80% 선 아래로 내려갔다. 민간 어린이집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작년 서울 내 민간 어린이집 총정원은 6만5662명인데 현원은 4만7079명(71.7%)에 불과했다. 사회복지재단과 법인 단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충원율은 각각 64.6%, 68.7%로 심각한 수준이다.
어린이집 연쇄 폐업의 가장 큰 이유는 저출생이다. 작년 서울 영유아 인구(만 0~6세)는 34만5083명이었다. 2014년 55만9662명에서 8년 만에 38.3% 감소했다. 특히 만 0~3세 영아의 감소세가 가팔랐다. 같은 기간 32만3855명에서 17만6989명으로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아이가 감소하면서 어린이집 폐원도 잇따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서울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집은 4712개로 2014년보다 2075개 줄었다. 8년간 세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태어나자마자 대기를 걸어야 들어갈 수 있다던 국공립 어린이집도 상황이 어려워졌다. 서울 국공립 어린이집 충원율은 2014년 88.4%에서 2022년 79.1%로 80% 아래로 떨어졌다.
보육보다 교육 선호
그나마 있는 아이들은 어린이집 대신 유치원을 택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교육받기 위해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가장 큰 차이는 ‘책상의 유무’라고 한다. 어린이집은 매트에 둘러앉아 함께 노는 보육이 주를 이루지만 유치원은 책상에 앉아 배운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적응을 위해 미리 유치원을 보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수치로도 증명된다. 유치원에 다닐 수 있는 나이(만 3~5세) 가운데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는 2014년 10만735명에서 작년 6만6970명으로 33.5% 줄었다. 같은 기간 유치원 원아 수는 9만1195명에서 6만6524명으로 27%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박창현 유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보육보다는 교육을 원하는 부모가 늘면서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가 만 3세가 되면 유치원으로 옮기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왕이면 영유’ 분위기도
최근에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 유치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 역시 교육이 이유다. 유치원 단계의 국가 교육과정인 누리과정(만 3~5세 대상 교육과정)이 학습이 아니라 ‘놀이’ 중심으로 바뀐 영향이다.교육부는 2019년 누리과정을 학습 중심에서 놀이 중심으로 개편했다. 놀이·체험활동을 통해 문자에 대한 호기심을 높인 뒤 한글 학습은 초등학교 입학 후 배우도록 하고 있다. 공립 유치원 대부분은 영어 교육은커녕 한글 교육조차 하기 어렵다. 영어 유치원은 방학이 짧고 셔틀버스도 운행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가 선호한다.
영어 유치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영어 유치원 수는 2015년 162개에서 2022년 269개로 107개(66.0%) 증가했다. 학업 경쟁을 시작하는 연령이 계속 낮아지는 가운데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결과가 더 좋을 것’이라고 여기는 학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 유치원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동기에 꼭 필요한 교육에 소홀해질 수 있어서다. 손혜숙 경인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학원으로 분류되는 영어 유치원에서는 영·유아 시기에 필요한 인지, 정서, 사회성, 신체 발달 등 전인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인/강영연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