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위헌 여부 판정을 내릴 때까지 투쟁 기세를 계속 유지·확대하라.” (작년 12월 6일)

“각급 단체들과 경제전문가들을 내세워 ‘업무개시명령’의 불법성을 낱낱이 파헤쳐라.” (12월 1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직 간부 등이 작년 말 화물연대 총파업을 비롯한 대형 집회를 북측과 공모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차례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한국경제신문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공소장에는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출신인 석모씨(52)와 전직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씨(48),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출신인 양모씨(54), 제주평화쉼터 대표 신모씨(51) 등 네 명이 북한에서 받은 지령문 90건 내용 등이 상세하게 적혔다.

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총회장’, 북한 문화교류국을 ‘본사’, 지하조직을 ‘지사’, 민주노총을 ‘영업1부’로 부르며 북측과의 교류활동을 평범한 기업체처럼 위장했다. 경기 수원지방검찰청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이 활동을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보고 지난 10일 이들 네 명을 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이들이 북한에서 받은 상세한 행동 지시가 담겨있다. 북측은 지난해 12월 6일 지령문을 보내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의 정당한 파업을 ‘정치적 파업’ ‘불법·민폐 파업’으로 규정하고 ‘민주노총은 북의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이라고 표현하며 이념공세를 이어갔다”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투쟁을 확대하라”며 상세한 지침을 내렸다.

북한은 정부가 화물연대를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직후인 지난해 12월 17일에도 “각급 단체들과 (친노동 성향의) 경제전문가들을 내세워 ‘업무개시명령’의 불법성을 낱낱이 파헤쳐라” “중도에 파업을 포기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각성시켜 의욕적으로 파업 투쟁에 나서도록 하라”는 등의 대응 방안을 담은 지령문을 전달했다.

이 지령문에는 “파업투쟁 참가자들과 그 가족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생존권 요구를 ‘친북 행위’로 몰아 정치적으로 탄압한 이들을 상대로 고소·고발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라”는 지시도 담겼다. “국가인권위원회에 파업 기간 정부의 탄압행위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고 정부의 압박에 항의하는 의미로 단식투쟁에 돌입하는 것이 좋은 사례”라는 깨알 조언도 들어 있었다.

북한은 화물연대의 대규모 총파업이 끝난 후인 지난해 6월 29일에는 “끈질긴 총파업 투쟁으로 끝끝내 당국의 굴복을 받아냈다”며 “노동계의 힘을 과시한 데 대해 힘찬 전투적 인사를 보낸다”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해 민주노총을 칭찬하기도 했다.

권용훈/양길성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