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위험 경고한 美 아티스트, LG·구겐하임미술관 홀렸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스테파니 딘킨스(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교수·사진)가 최근 10여 년간 집요하게 파고든 소재는 인공지능(AI)이다. AI가 인종차별·성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영상 작품으로 예술계에 큰 반향을 불렀다.

그런 그가 제1회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됐다. LG는 지난해 세계적 미술관인 미국 구겐하임과 손잡고 ‘기술과 예술의 융합’ 사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첫 수상자인 딘킨스는 10만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딘킨스는 뉴욕에서 주로 활동한 작가로, 20년 넘게 첨단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다. 2014년 선보인 ‘비나48(Bina48)과의 대화’란 제목의 영상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 영상은 흑인 여성 비나 로스블랫을 모티브로 제작한 AI 로봇 ‘비나48’과 딘킨스가 대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딘킨스는 비나48에게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비나48은 “1983~1984년 다니던 대학에서 ‘너는 밖으로 나오지 마’란 얘기를 들었다. 학교에 기부한 부자들이 나 같은 검은 얼굴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답한다. 딘킨스는 이처럼 AI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을 고발했다.

그는 첨단기술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던졌다. 극소수에 불과한 AI 기술개발 인력의 상당수가 백인, 남성 중심인 만큼 이들의 왜곡된 시각이 AI에 주입될 수 있어서다. 딘킨스는 이를 바로잡으려면 AI가 학습하는 정보에 인종, 성별, 장애, 문화적 배경 등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오미 벡위스 구겐하임 수석큐레이터는 “딘킨스의 폭넓은 예술 활동과 AI 기술에 대한 열정적 탐구는 예술의 지평을 확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딘킨스는 수상 소감을 통해 “예술이 우리 사회에 영감과 자극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도 작품을 통해 사회 정의를 위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지난해 구겐하임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2027년까지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LG전자는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올해의 신예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아랍에미리트(UAE) 출신 작가 겸 뮤지션인 파라 알 카시미를 뽑았다.

김익환 기자/뉴욕=정소람 특파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