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 증시에 들어온 해외 투자금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 전망 등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투자금이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국내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액은 11조240억원으로 집계됐다. 199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뒤 사상 최대 규모다. 직전 최대 규모는 2015년으로 외국인은 당시 1월 초부터 5월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899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18~19일 이틀 사이에만 1조959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런 시장 흐름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이동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올 들어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발(發) 위기론이 확산하고 유럽에서 은행 리스크가 발생하자 선진국 자금이 아시아로 밀려드는 ‘머니 무브’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EFPR글로벌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과 유럽 주식형 펀드에선 각각 688억달러, 115억달러가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아시아 신흥국에는 331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외국인 투자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도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순매수 자금 11조원 중 90%인 9조8000억원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는 데 썼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