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의 초대형선 반대 '헤어질 결심'…새 얼라이언스를 찾다 [유창근의 육필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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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운강국의 길
유창근 전 HMM 대표 육필 회고 (9)
유창근 전 HMM 대표 육필 회고 (9)
앞서 수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2M을 자주 방문해 초대형선이 협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으나 머스크, MSC 모두 시종일관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2M의 의도를 간파한 나는 다른 얼라이언스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우선 코스코, CMA-CGM, 에버그린으로 결성된 오션 얼라이언스와 ONE(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일본 3사의 통합회사), 하팍로이드, 양밍으로 결성된 디(The) 얼라이언스 순으로 의사를 타진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취임 초기부터 2M과의 협력을 원치 않았다. 머스크와 MSC는 독자 운항을 기본으로 성장한 선사로, 경쟁하면서도 회원사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얼라이언스와는 거리가 먼 협력체계였다. 2006년 유럽본부장에서 본사 컨테이너 담당 본부장으로 부임할 때는 머스크가 현대상선을 M&A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었다. 2014년에도 외부 컨설팅의 뒤에 머스크가 있다는 의구심을 가졌는데, 이로 인한 대주주와의 갈등이 당시 현대상선을 떠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었다.
2016년 현대상선으로 복귀했을 때 현대상선은 G6 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되고 그 자리에 한진해운이 가입한 후 한진 사태가 터진 상태였다. 때문에 2M 외에 다른 얼라이언스와의 협력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NYK의 제레미 닉슨 사장을 만나 다시 한 번 G6 얼라이언스에 가입할 수 있는지 타진해주길 부탁했다. 또한 이전 TNWA(The New World Alliance)의 멤버였던 MOL 오노(Ono) 사장을 만나 의사를 타진했으나 부정적 답변이 돌아왔으므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로선 내키지 않았지만 2M과의 협상을 최대한 잘 마무리하는 방법밖에 다른 길이 없었다. 2M도 이러한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진 사태로 더욱 입지가 나빠진 현대상선을 2M과의 협력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그들이 그려온 글로벌 선사 재편을 마무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곡절이 많았던 3년간의 2M과의 협력은 현대상선으로선 재기를 위해 숨고르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어서 고맙기도 했다. 현대상선에 비해 규모가 7~8배 크고 이미 둘 사이에 협력체계도 잡혀 있는 상태였지만 여전히 불협화음이 여기저기서 들려 2M과의 협력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버텨야 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재기의 방법을 모색해야 했고 협력하는 동안 큰 규모의 협력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요소에 대한 학습도 많이 됐다.
2018년 초, 2020년 이후의 얼라이언스 협력 파트너 관계 수립을 위해 접촉을 시작한 곳은 오션 얼라이언스 소속의 CMA-CGM이었다. 그 이전부터 한진해운 자영 터미널 중 하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관련해 처리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CMA-CGM사와 협력방안을 모색하던 중 자연스럽게 2020년 이후 얼라이언스 협력을 논의하게 됐다. CMA-CGM 측은 현대상선의 초대형선에 대해 관심이 많아 상당히 논의가 진행됐지만 점차 처음과 다른 방향으로 조건들이 바뀌었다. CMA-CGM이 타 멤버들을 설득하기 그리 녹록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 선에서 오션 얼라이언스와의 이야기를 미루고 2018년 12월 말 디 얼라이언스와 접촉을 시도했다. 2017년 일본 3사가 컨테이너 부문을 분리 통합시켜 싱가포르에 설립한 ONE와 독일 하팍로이드, 대만 양밍으로 새롭게 결성된 얼라이언스였는데 멤버사 대부분 현대상선과 G6 시절 같이 협력하던 파트너로 서로를 잘 아는 사이였다. 하지만 그사이 한진 사태도 있었던 탓에 이러한 민감한 문제로 접근하는 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ONE 이사회의 이사는 6인으로 일본 3사에서 각사 2인의 이사를 선임하도록 돼 있었으며 사장은 여전히 제레미 닉슨이 맡고 있었다. ONE는 초기 통합 단계에서 인력 부족, 컴퓨터 시스템 통합상 문제로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여서 일선에서 문제해결에 전념하고 있던 닉슨 사장을 통하지 않고 일본 본사 ONE 이사회 이사들을 방문해 직접 설명하기로 했다.
3사 대표 면담시 이사회 이사들에게 강조한 것은 2년간 현대상선은 영업력을 회복했고, 무엇보다 원가 경쟁력 있는 스크러버 장착 초대형선 20척을 2020년에 환경 규제에 맞춰 건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믿을 만한 대주주가 있다는 점도 중점적으로 어필했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퇴출을 상기시키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한 이사도 있었으나 초대형선의 가치에 대해 흥미를 보이는 이사도 있었다.
다행히 ONE 이사회 멤버 중 영향력 있는 NYK의 히로키 하라다(Hiroki Harada) 이사 반응이 고무적이었다. 자신이 이듬해인 2019년 초 싱가포르 ONE 본사에 출장 예정인데 얼라이언스 담당 실무자에게 검토 지시하겠으니 HMM 측 얼라이언스 담당자와 접촉해 논의를 진행해 나가보자는 것이었다. 본사로 돌아온 나는 얼라이언스 담당 이정엽 상무에게 ONE와의 접촉을 지시,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디 얼라이언스 내의 영향력 있는 또 다른 멤버인 하팍로이드에게는 대주주를 통해 2018년 여러 차례 함부르크를 방문할 때마다 우리 의사를 전달했다. 2019년 3월 말 내가 퇴임하기 직전 하팍로이드 주주인 함부르크 시장과 상원의원, 터미널 관계자들이 현대상선을 방문해 초대형선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해주는 동시에 얼라이언스에 대해서도 암시해 디 얼라이언스 가입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2개월 보름가량 지난 같은 해 6월 중순 합의가 있었고 7월 중순에는 그렇게 공들인 얼라이언스 문제가 해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디 얼라이언스 멤버들과 10년 협력 계약을 맺은 것이었다. 비록 나는 퇴임한 뒤였지만 감격적 순간이었다.
※ [대한민국 해운강국의 길 - 유창근 전 HMM 대표 육필 회고] 10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나는 취임 초기부터 2M과의 협력을 원치 않았다. 머스크와 MSC는 독자 운항을 기본으로 성장한 선사로, 경쟁하면서도 회원사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얼라이언스와는 거리가 먼 협력체계였다. 2006년 유럽본부장에서 본사 컨테이너 담당 본부장으로 부임할 때는 머스크가 현대상선을 M&A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었다. 2014년에도 외부 컨설팅의 뒤에 머스크가 있다는 의구심을 가졌는데, 이로 인한 대주주와의 갈등이 당시 현대상선을 떠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었다.
2016년 현대상선으로 복귀했을 때 현대상선은 G6 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되고 그 자리에 한진해운이 가입한 후 한진 사태가 터진 상태였다. 때문에 2M 외에 다른 얼라이언스와의 협력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NYK의 제레미 닉슨 사장을 만나 다시 한 번 G6 얼라이언스에 가입할 수 있는지 타진해주길 부탁했다. 또한 이전 TNWA(The New World Alliance)의 멤버였던 MOL 오노(Ono) 사장을 만나 의사를 타진했으나 부정적 답변이 돌아왔으므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로선 내키지 않았지만 2M과의 협상을 최대한 잘 마무리하는 방법밖에 다른 길이 없었다. 2M도 이러한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진 사태로 더욱 입지가 나빠진 현대상선을 2M과의 협력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그들이 그려온 글로벌 선사 재편을 마무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곡절이 많았던 3년간의 2M과의 협력은 현대상선으로선 재기를 위해 숨고르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어서 고맙기도 했다. 현대상선에 비해 규모가 7~8배 크고 이미 둘 사이에 협력체계도 잡혀 있는 상태였지만 여전히 불협화음이 여기저기서 들려 2M과의 협력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버텨야 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재기의 방법을 모색해야 했고 협력하는 동안 큰 규모의 협력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요소에 대한 학습도 많이 됐다.
2018년 초, 2020년 이후의 얼라이언스 협력 파트너 관계 수립을 위해 접촉을 시작한 곳은 오션 얼라이언스 소속의 CMA-CGM이었다. 그 이전부터 한진해운 자영 터미널 중 하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관련해 처리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CMA-CGM사와 협력방안을 모색하던 중 자연스럽게 2020년 이후 얼라이언스 협력을 논의하게 됐다. CMA-CGM 측은 현대상선의 초대형선에 대해 관심이 많아 상당히 논의가 진행됐지만 점차 처음과 다른 방향으로 조건들이 바뀌었다. CMA-CGM이 타 멤버들을 설득하기 그리 녹록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 선에서 오션 얼라이언스와의 이야기를 미루고 2018년 12월 말 디 얼라이언스와 접촉을 시도했다. 2017년 일본 3사가 컨테이너 부문을 분리 통합시켜 싱가포르에 설립한 ONE와 독일 하팍로이드, 대만 양밍으로 새롭게 결성된 얼라이언스였는데 멤버사 대부분 현대상선과 G6 시절 같이 협력하던 파트너로 서로를 잘 아는 사이였다. 하지만 그사이 한진 사태도 있었던 탓에 이러한 민감한 문제로 접근하는 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ONE 이사회의 이사는 6인으로 일본 3사에서 각사 2인의 이사를 선임하도록 돼 있었으며 사장은 여전히 제레미 닉슨이 맡고 있었다. ONE는 초기 통합 단계에서 인력 부족, 컴퓨터 시스템 통합상 문제로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여서 일선에서 문제해결에 전념하고 있던 닉슨 사장을 통하지 않고 일본 본사 ONE 이사회 이사들을 방문해 직접 설명하기로 했다.
3사 대표 면담시 이사회 이사들에게 강조한 것은 2년간 현대상선은 영업력을 회복했고, 무엇보다 원가 경쟁력 있는 스크러버 장착 초대형선 20척을 2020년에 환경 규제에 맞춰 건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믿을 만한 대주주가 있다는 점도 중점적으로 어필했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퇴출을 상기시키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한 이사도 있었으나 초대형선의 가치에 대해 흥미를 보이는 이사도 있었다.
다행히 ONE 이사회 멤버 중 영향력 있는 NYK의 히로키 하라다(Hiroki Harada) 이사 반응이 고무적이었다. 자신이 이듬해인 2019년 초 싱가포르 ONE 본사에 출장 예정인데 얼라이언스 담당 실무자에게 검토 지시하겠으니 HMM 측 얼라이언스 담당자와 접촉해 논의를 진행해 나가보자는 것이었다. 본사로 돌아온 나는 얼라이언스 담당 이정엽 상무에게 ONE와의 접촉을 지시,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디 얼라이언스 내의 영향력 있는 또 다른 멤버인 하팍로이드에게는 대주주를 통해 2018년 여러 차례 함부르크를 방문할 때마다 우리 의사를 전달했다. 2019년 3월 말 내가 퇴임하기 직전 하팍로이드 주주인 함부르크 시장과 상원의원, 터미널 관계자들이 현대상선을 방문해 초대형선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해주는 동시에 얼라이언스에 대해서도 암시해 디 얼라이언스 가입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2개월 보름가량 지난 같은 해 6월 중순 합의가 있었고 7월 중순에는 그렇게 공들인 얼라이언스 문제가 해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디 얼라이언스 멤버들과 10년 협력 계약을 맺은 것이었다. 비록 나는 퇴임한 뒤였지만 감격적 순간이었다.
※ [대한민국 해운강국의 길 - 유창근 전 HMM 대표 육필 회고] 10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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