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한재민 "천재 아니냐고요?…새벽까지 연습하는 노력파랍니다"
“관객들이 제 음악을 들을 때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좋은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 안의 음악 실력을 탄탄하게 다지면 (커리어는) 따라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은 ‘천재’ ‘최연소’라는 수식어에 열광한다. 여기에 화려한 이력과 극적인 스토리가 더해지면 스타가 된다. 첼리스트 한재민(17·사진)은 이런 요소를 두루 갖춘 젊은 연주자다. 범접하기 힘든 실력도 실력이지만 윤이상 국제 음악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하다가 두 차례나 현이 끊어졌는데도 즉석에서 핑거링을 바꿔 연주를 마치고 우승을 거머쥔 드라마 같은 ‘스토리’까지 갖고 있다.

유럽 명문 악단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의 국내 연주를 앞두고 만난 한재민은 세간의 관심이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기자가 ‘천재’라는 표현을 붙이자 “저는 신동도 아니고 천재도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스스로 음악에 재능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음악을 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천재’인 건 아닙니다. 천재였다면 조금만 노력해도 완벽한 연주를 선보이겠지만 전 그렇게 못하거든요. 저는 사실 노력파입니다.”

그는 하루 평균 5~6시간 연습한다. 많이 할 때는 새벽 2~3시까지 연습한다. “뭔가 해야 할 것을 발견하거나 한 번 파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재민은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는 연주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 역시도 “오해”라고 했다. 한재민은 “연주 전에 정말 많이 떠는데, 다른 사람에겐 안 떠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며 “백스테이지에서 더 긴장하고 무대 위에선 덜 한 편”이라고 했다.

한재민은 비슷한 또래의 음악인 중에 최고의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다. 다섯 살에 첼로를 시작해 여덟 살에 원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했고, 열네 살이던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 예술 영재로 입학했다.

이듬해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또다시 최연소로 우승했다. 지난해에는 윤이상 콩쿠르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조만간 독일로 넘어가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한재민은 오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유수의 해외 오케스트라와 한국에서 손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33년 설립된 이 악단은 프랑스의 섬세함과 독일의 견고함을 두루 갖춘 음색으로 명성이 높다. 지휘봉은 음악감독 구스타보 히메노가 잡는다. 한재민은 “이번 연주에서 드보르자크의 진수를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최다은/김수현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