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중국 압박 연대가 공고해지는 가운데서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해빙’ 가능성을 제기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일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2월 미국의 중국 정찰 풍선 격추 이후 급속도로 냉각된 양국의 관계가 “아주 조만간 해빙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 측이 그동안 양국 대화 정상화의 선제 조건으로 요구해온 리상푸 국방부 장관에 대한 제재 해제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상푸는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 부장으로 일하던 2018년 러시아 제재 위반으로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외교가에선 미국이 2021년 9월 멍완저우 당시 화웨이 부회장을 석방한 직후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을 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에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양국 정상 간 대화가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한 이후 고위급 대화도 다시 오가는 분위기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은 오는 25~26일 미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리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다음달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리 장관에 대한 제재를 풀면 그동안 닫혀 있던 미·중 국방장관 대화가 재개되면서 대만 등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도 완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유화적 제스처가 G7 회원국마다 다른 입장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도출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프랑스 독일 등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큰 나라들이 반대하면서 공동성명이 약해졌고, 이에 따라 바이든도 기자회견에서 ‘해빙’을 언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