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는 지난 한 주 2% 이상 올라 5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중단됐다는 소식에 마지막 거래일인 19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는데 이번 주 협상이 재개되면서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장기적으론 유가 상승을 이끌만한 큰 호재가 없어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지난주(15~19일 현지시간) 6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16% 상승했다. 5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19일 WTI 6월물은 전장보다 31센트(0.43%) 하락한 배럴당 71.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장중 2% 이상 올랐으나 정오께 부채한도 협상이 일시 중단됐다는 소식에 분위기가 바꿨다. 같은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물 브렌트유는 0.28달러(0.4%) 떨어진 배럴당 75.5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에 예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미국의 부채한도 합의가 이뤄지면 경제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부상한다. 반면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경제 불확실성으로 원유 수요 하락이 전망된다.

익시니티그룹의 한 탄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유가는 미국이 디폴트를 피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커지면서 위험선호로 올랐다"면서 "그러나 유가는 지속해서 수요 쪽 공포로 짓눌려있기 때문에 WTI 가격이 80달러대로 회복하려면 강세 쪽에서 나와야 할 것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번 주 유가의 향방 역시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21일 전화 통화를 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양측은 오는 22일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다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근 국제 유가 추이. 출처=오일프라이스
최근 국제 유가 추이. 출처=오일프라이스
이번 부채한도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내달 1일까지 의회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는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국제 유가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속에 1년째 하락세다. 올해 들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선 중국의 경기 반등이 예상에 미치지 못한 점도 유가 하락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주요 헤지펀드들은 유가 선물시장에서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에너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금융투자자들은 2011년 후 가장 높은 강도로 유가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최근 조사에서도 전문가 65%가 경기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시장 트레이더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약세 시나리오가 부족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실물 시장의 분위기는 금융시장의 유가 약세 베팅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항공 여행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2021년 12월 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추가 감산 가능성 등도 남아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