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을 관망하며 소폭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72달러선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6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44센트(0.61%) 오른 배럴당 71.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간의 부채한도 협상을 앞두고 3거래 일 만에 반등했다. 다만 불확실성이 여전해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 WIT는 지난주 주간 기준 2.1% 올랐는데 이번 주에도 상승 출발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동부 시간 기준 오후 5시 30분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세 번째로 만난다. 미국 정부가 추산하는 연방정부의 현금이 바닥나는 시점인 이른바 ‘X-데이트’를 딱 열흘 남겨놓은 시점이다.

이날 오전 백악관 협상단은 공화당 대표단과 의회에서 2시간 반가량 회동했다. 매카시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나는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오늘 밤에도, 내일 아침에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하원이 부채한도 상향 안을 표결하려면 적어도 이번 주에는 합의안이 나와야 한다고 매카시 의장은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에 예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미국의 부채한도 합의가 이뤄지면 경제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부상한다. 반면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 미국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경제 불확실성으로 유가가 하락한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된다면 유가는 오르겠지만, 막판 대치를 이어간다면 시장 위험 회피 심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오일프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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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트레이드의 리카르도 에반젤리스타 선임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미국 부채한도 협상의 교착 상태는 석유 거래자의 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가늠하기 힘든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다수 투자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부채한도 상향에 대해 막판 합의를 달성할 것으로 계속 믿고 있다"며 "그때까지는 글로벌 석유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6월 초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추가 가격 하락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장기적으로 유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에너지컨설팅 업체인 팩트 글로벌 에너지(FGE)의 페리둔 페샤라키 회장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중동 원유·가스 회의'에서 "서방 제재로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지 못하면, 미래에 공급 부족 현상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 회원국들이 원유 수요가 고점에 도달하기 전에 많은 이익을 거두려고 한다면서 "산유국들은 유가를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OPEC+는 지난달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 방침을 깜빡 발표했다. 다음 OPEC+ 정례 장관급 회의는 내달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계획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