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모호함과 동양의 무형상이 공존하는 지금의 학고재 [전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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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본관서 토마스 샤이비츠 개인전
신관에서는 박영하 작가 개인전 개최
6월 17일까지
신관에서는 박영하 작가 개인전 개최
6월 17일까지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 본관에서 샤이비츠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그의 회화 21점과 조형 작품 2점을 한국에서 감상할 기회다. 샤이비츠의 한국 개인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1990년 포토샵이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사진에 찍혀 있는 것이라면 뭐든 진실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포토샵이 나오고 누구나 사진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게 되면서 사진이라는 매체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반면 재미나 즐거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편집도 보편화됐다. 사진이 구상화 뿐 아니라 추상화의 영역까지 본격적으로 침범한 것이다.
샤이비츠가 “컴퓨터와 포토샵이 발명된 이 시대의 회화는 추상이나 재현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하는건 이런 이유에서다. 전시장에 나온 ‘에픽 게임즈’ 등 그의 작품들은 전통적 미술사 속 명화, 만화, 게임 등에서 가져온 이미지가 뒤섞여 있어 추상인지 구상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이런 모호함과 기묘함이 21세기 그림의 본질”이라는 게 작가의 지론이다.

박두진 시인은 삼남인 박 작가에게 생전 “‘내일의 너’를 화두로 작업하라”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이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매일 새롭게 회화의 본질을 고민하라는 조언으로 해석하고 평생 실천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 작가의 회화 34점과 드로잉 8점 등 총 42점을 만날 수 있다. 두 전시 모두 6월 17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