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2026년까지 5년간 100만명의 디지털 인재를 육성한다는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이 정책을 보고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경제의 원동력인 제조업 등 대부분의 전통산업은 지방에 있다.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업무전산화 및 인공지능 기술 적용 등 디지털 전환이 시급하다. 그러나 정부에서 육성하는 디지털 인재 100만명 중 지방에 남아 지방의 디지털 전환을 수행할 인력은 몇 명이나 될까?

고질적인 지방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부족 문제

지방의 대학에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학생들은 대부분 수도권 기업으로 취업한다. 졸업 후에 수도권으로 가지 못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3년 안에 대부분 수도권으로 일터를 옮긴다. 2020년 기준으로 디지털 기업의 78%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판교역에서 도보 30분 내외에 밀집한 1300여개 기업의 총매출액이 110조원으로 부산시의 총생산액보다 많다. 그래서 디지털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의 약 90%가 수도권에 거주한다.

대부분의 디지털 기업이 몰려있는 수도권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취업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디지털 산업이 있고 동료들의 커뮤니티가 있어 취업, 창업, 이직이 용이한 곳이 수도권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문화다. 단발성 아이디어로 이러한 문화를 거슬러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지방에 남게 할 방안은 없다.

지방에서 양성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도권으로 이동

지방의 대학과 교육기관에서 양성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간다고 원성이 높다. 지방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한 전문가는 지방의 인력을 채용한 수도권 기업에서 지방의 발전을 위해 고향세(고향을 떠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채용한 수도권 기업이 부담해야하는 세금)를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의 절실한 말은 지방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대변하고 있다.

코딩 기반의 디지털 인력양성으로는 지방의 디지털 인력 부족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 코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수도권으로 취입·이직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에서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수도권에서 원하는 인재와 차별화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비ICT전공자가 코딩을 배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한 학습 및 업무를 하는데도 시간이 빠듯한데 코딩을 배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는 것은 어렵다.

다행히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하지 않은 대학생과 재직자들이 쉽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지방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첫째 인문·예술·비인기 학과 등 비ICT전공자 들이 노코딩 디지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공급한다. 둘째 지방기업과 대학이 연계하여 노코딩 디지털 역량을 갖춘 학생이 지방기업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지방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셋째 노코딩 디지털 역량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문에 대해서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지방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지방산업에 특화된 디지털 전환 인력양성으로 전환해야

지방에는 농업, 제조, 서비스 등 지방에 특화된 산업이 많다.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수도권 취업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전통산업 기업에 취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산업현장의 업무를 웹·앱기반으로 전산화 할 수 있는 인력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코딩을 하지 않고도 업무 담당자들이 쉽게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방은 지방 대학의 비ICT전공 학생과 산업현장의 재직자들이 노코딩으로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지방의 인재로 해결할 수 없는 부문은 수도권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지방으로 불러올 방법은 없다. 지방의 비ICT전공 학생과 산업 현장의 재직자들이 노코딩 디지털 기술로 지방의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는 소식을 기대해본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글로벌디지털인재양성팀 하세정 수석위원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