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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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방정부의 '숨겨진 채무'가 반영되는 기업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뛰었다.

23일 중국 국가금융발전연구소(NIFD)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1분기 말 GDP 대비 총부채비율은 281.8%로 집계됐다. 이전 고점인 작년 말의 273.1%에서 8.7%포인트 급등했다. 중국의 부채비율은 코로나19 팬더믹 초기인 2020년 9월 말 271.1%로 올라갔다가 2021년 말 262.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 5분기 연속 뛰었다.

특히 지난 1분기 부채비율 상승 폭 8.7%포인트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분기의 14.3%포인트 이후 최대다. 지난 4개 분기 평균인 2.6%포인트의 세 배가 넘는다.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경기 회복을 기대한 대출과 채권 발행 등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내수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런 부채 증가는 향후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정부(51.5%), 가계(63.3%), 기업(167.0%) 등 3대 경제주체의 부채비율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기업 부채비율은 1~3월에 6.1%포인트 뛰었다.

중국의 기업부문 부채비율은 이른바 '숨겨진 채무' 때문에 다른 국가들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1년 기준 각국의 기업 부채비율은 미국 81%, 한국 113%, 일본 118% 등이다. 중국의 기업 부채비율은 1인당 GDP가 비슷한 멕시코(24%), 튀르기예(74%), 말레이시아(77%) 등에 비해선 두 배 이상이다.

중국의 정부 부채비율은 중앙정부가 21.4%, 지방정부가 30.1% 등으로 양호한 편이다. 미국(115%), 일본(221%), 한국(45%), 멕시코(40%), 튀르키예(37%), 말레이시아(63%) 등과 비교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지방정부의 토지 등 자산을 담보로 재원을 조달해 인프라 투자 사업을 벌이는 중국 특유의 사업체인 '지방정부 융자기구(LGFV)'의 채무가 지방정부의 채무로 잡히지 않는다는 부분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FV의 채무가 기업 채무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부 부채비율이 낮고 기업 부채비율이 높게 나온다는 의미다.

LGFV는 중국이 지방정부의 독자적 채권 발행을 금지할 당시 생겨난 편법적 기업이다. 지방정부의 토지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융자를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한다. 이 자금으로 도로, 항만, 산업단지 등의 인프라 투자 사업을 벌인다. 이 인프라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채무를 상환하지만, 사업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 새로운 대출이나 회사채로 '돌려막기'를 하는 게 현실이다.

LGFV의 부채 규모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중국 신용평가사인 청신국제는 LGFV의 2021년 말 기준 전체 부채를 52조~58조위안(약 9600조~1경700조원)으로 추정했다. 중국 2022년 GDP 121조위안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중국은 '숨겨진 채무'를 양성화하기 위해 2015년부터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는 지방정부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2015년 7000억위안이었던 지방채 발행 규모는 2018년 3조위안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4조7600억위안에 달했다. 작년 말 기준 지방채 잔액은 35조1000억위안이며, 이 가운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은 3조6700억위안어치로 집계됐다.

특히 부동산 시장 위축은 LGFV와 지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는 재정의 40%를 토지사용권 매각에 의존한다. 부동산개발업체의 재무 상태 악화로 토지사용권 경매가 부진해지자 LGFV들이 동원됐다. 사실상 지방정부 기구인 LGFV가 지방정부 땅을 사는 기형적 구조의 거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