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식물도 병원을 갑니다…'식집사'들 찾은 '이곳'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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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 인기에 전문 병원 생겨나
무료로 입원 치료·식물 관리법 진단
정서적 안정 위한 '핫 아이템' 자리
무료로 입원 치료·식물 관리법 진단
정서적 안정 위한 '핫 아이템' 자리
"얼마 전 '금옥이'라는 식물을 데려오신 분이 계셨어요. 끝부분만 겨우 살아있었는데, 그 친구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너무 슬퍼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식물은 죽어서도 퇴비가 돼서 새 생명이 되고, 다른 생명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고 최대한 다독여드렸어요"
키우는 식물을 병원에 데려갈 수 있는 시대가 왔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가드닝'이 주목받은 가운데, 반려식물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식집사(식물+집사)'도 덩달아 늘었다. 반려식물 인기에 식물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반려식물병원'이 생겨날 정도다.
현재 농업기술센터에서 시범운영 중인 반려식물병원은 진단실과 처방실, 입원치료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정에서 반려식물을 키우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재배 방법을 알려주는 실습장도 마련돼있다. 사람이 다니는 병원으로 치면 '종합병원'의 구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식물 전문 의사'로 불리는 주재천 반려식물병원장은 매일 평균 10~14개의 식물을 치료하고 있다. 시범 운영 기간 병원 진료와 진단, 입원 등 모든 과정이 무료로 이뤄진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식집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 원장에 따르면 특히 최근 들어 20~30대 식집사들이 많아지면서 지난달 방문객 집계 결과 56%가 해당 세대일 정도다. 그는 "개원할 때만 해도 사람들이 오지 않을 거고 마니아층만 오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젊은 분들이 많이 찾았다"며 "유튜브에 한 번 방송을 탄 뒤로는 20~30대분들이 유튜브 보고 왔다면서 많이 찾으시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반려식물병원 관계자는 "찾으시는 분들 대부분이 식물을 관리하는 법이나 키우는 법을 제대로 모르셔서 방치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키우는 식물을 제대로 관리하는 법을 배워간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보니 물 주는 법부터 시작해서 어떤 생육 환경에서 자라야 좋은지, 각 식물의 특성을 맞게 잘 기르는 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어가신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이들은 가져온 식물의 상태에 대한 설명을 차례로 들었고, 진료 상담은 실제 병원에서 상담받듯이 진행됐다. 미처 가져오지 못한 식물 사진을 보여주며 해당 식물의 상태까지 묻는 '열혈 식집사'도 눈에 띄었다. 주 팀장이 앞으로의 식물 관리법을 설명할 때는 귀담아듣다가 메모에 적어가기도 했다.
상담 후에는 본격적으로 식물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받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식물의 입원 여부가 결정된다. 이날 이곳에 입원해있거나 퇴원 예정인 식물은 약 40개에 달했다. 진료받으러 온 식물도 몬스테라, 행운목, 다육식물, 난 등으로 다양했다. 이외에도 식물의 뿌리 상태 등을 관찰해 토양 문제 관련 처방이 내려지면 이곳에서 직접 간단한 분갈이를 해갈 수 있고, 약재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6일부터 일주일간 식물을 입원시키고 퇴원 절차를 밟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은 손님도 있었다. 해당 식물은 이파리가 온전히 되살아난 채 집에 가게 됐다. 지난달부터 '홍콩야자'를 키우고 있다는 20대 이모 씨는 "한 달 전부터 식물 잎이 계속 떨어져서 병원에 찾게 됐다"며 "일주일 동안 입원시켰는데, 병원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치료비도 무료여서 좋았다. 이런 식물 서비스가 있는지 잘 몰랐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물 주기, 분갈이, 영양제 급여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물 관리법'에 대해 주 원장은 "손가락 두마디 정도로 화분을 찔러봤을 때 물이 묻어나는지 확인해보고 안 묻어날 때 물을 주면 된다. 나무젓가락을 화분에 꽂아두고 1~2분 후에 빼서 확인하는 법도 있다"며 "식물 관찰하다 보면 잎이 살짝 쳐지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때 '목이 마르는구나'하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것만 터득하면 식물 키우는 게 쉬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식물도 광합성으로만은 성장의 한계가 있다. 영양제를 봄, 가을로 주고 물로 된 비료는 빨리, 알약으로 된 비료는 천천히 급여하는 게 좋다"며 "식물을 튼튼하게만 잘 키우면 병은 잘 안 걸린다. 해충으로 병에 걸린 식물은 가정에서 '친환경 약재'를 만들어 관리할 수 있다. 계란 노른자, 물을 희석한 액체를 살포하면 식물이 잘 안 죽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주 원장은 인테리어 등 미관상의 목적으로 식물에 맞지 않는 관리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홈 가드닝 목적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키우는 것은 좋지만, 그 친구가 좋아하는 환경인가 아닌가를 더 고민해야 한다며 "식물마다 생육 환경이 잘 맞는지를 잘 살펴봐야 하는데, 다육식물같이 빛 많이 봐야 하는 경우엔 주기적으로 베란다 가져다주고 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게 식물도 원하는 건가를 잘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키우는 식물을 병원에 데려갈 수 있는 시대가 왔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가드닝'이 주목받은 가운데, 반려식물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식집사(식물+집사)'도 덩달아 늘었다. 반려식물 인기에 식물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반려식물병원'이 생겨날 정도다.
상담받고 입원 후 퇴원까지…'반려식물병원' 살펴보니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농업기술센터에 마련된 반려식물병원에 방문한 50대 김모 씨는 "집에서 식물 10개 정도를 기르는데, 나머지는 다 분갈이도 하고 잘 자라는 거 같은데 3개 식물이 아파 보여서 상태가 궁금해 점검 목적으로 왔다"며 "진단을 확실히 받고 가서 좋고, 식물에 맞는 분갈이 법을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배워가서 좋다"고 말했다.현재 농업기술센터에서 시범운영 중인 반려식물병원은 진단실과 처방실, 입원치료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정에서 반려식물을 키우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재배 방법을 알려주는 실습장도 마련돼있다. 사람이 다니는 병원으로 치면 '종합병원'의 구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식물 전문 의사'로 불리는 주재천 반려식물병원장은 매일 평균 10~14개의 식물을 치료하고 있다. 시범 운영 기간 병원 진료와 진단, 입원 등 모든 과정이 무료로 이뤄진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식집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 원장에 따르면 특히 최근 들어 20~30대 식집사들이 많아지면서 지난달 방문객 집계 결과 56%가 해당 세대일 정도다. 그는 "개원할 때만 해도 사람들이 오지 않을 거고 마니아층만 오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젊은 분들이 많이 찾았다"며 "유튜브에 한 번 방송을 탄 뒤로는 20~30대분들이 유튜브 보고 왔다면서 많이 찾으시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반려식물병원 관계자는 "찾으시는 분들 대부분이 식물을 관리하는 법이나 키우는 법을 제대로 모르셔서 방치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키우는 식물을 제대로 관리하는 법을 배워간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보니 물 주는 법부터 시작해서 어떤 생육 환경에서 자라야 좋은지, 각 식물의 특성을 맞게 잘 기르는 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어가신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이들은 가져온 식물의 상태에 대한 설명을 차례로 들었고, 진료 상담은 실제 병원에서 상담받듯이 진행됐다. 미처 가져오지 못한 식물 사진을 보여주며 해당 식물의 상태까지 묻는 '열혈 식집사'도 눈에 띄었다. 주 팀장이 앞으로의 식물 관리법을 설명할 때는 귀담아듣다가 메모에 적어가기도 했다.
상담 후에는 본격적으로 식물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받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식물의 입원 여부가 결정된다. 이날 이곳에 입원해있거나 퇴원 예정인 식물은 약 40개에 달했다. 진료받으러 온 식물도 몬스테라, 행운목, 다육식물, 난 등으로 다양했다. 이외에도 식물의 뿌리 상태 등을 관찰해 토양 문제 관련 처방이 내려지면 이곳에서 직접 간단한 분갈이를 해갈 수 있고, 약재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6일부터 일주일간 식물을 입원시키고 퇴원 절차를 밟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은 손님도 있었다. 해당 식물은 이파리가 온전히 되살아난 채 집에 가게 됐다. 지난달부터 '홍콩야자'를 키우고 있다는 20대 이모 씨는 "한 달 전부터 식물 잎이 계속 떨어져서 병원에 찾게 됐다"며 "일주일 동안 입원시켰는데, 병원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치료비도 무료여서 좋았다. 이런 식물 서비스가 있는지 잘 몰랐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반려식물, '힐링템'으로 각광…잘 기르는 법은
반려식물은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다시금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 휴식과 정서적 안정감을 위한 '핫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초보 식집사들의 공통된 고민은 '식물을 어떻게 오래 건강하게 키우는가'다. 실제로 관리 소홀로 병원에 찾았다가 반려식물의 비보를 듣고 돌아가는 식집사들도 여럿이라고 한다.병원에서는 물 주기, 분갈이, 영양제 급여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물 관리법'에 대해 주 원장은 "손가락 두마디 정도로 화분을 찔러봤을 때 물이 묻어나는지 확인해보고 안 묻어날 때 물을 주면 된다. 나무젓가락을 화분에 꽂아두고 1~2분 후에 빼서 확인하는 법도 있다"며 "식물 관찰하다 보면 잎이 살짝 쳐지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때 '목이 마르는구나'하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것만 터득하면 식물 키우는 게 쉬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식물도 광합성으로만은 성장의 한계가 있다. 영양제를 봄, 가을로 주고 물로 된 비료는 빨리, 알약으로 된 비료는 천천히 급여하는 게 좋다"며 "식물을 튼튼하게만 잘 키우면 병은 잘 안 걸린다. 해충으로 병에 걸린 식물은 가정에서 '친환경 약재'를 만들어 관리할 수 있다. 계란 노른자, 물을 희석한 액체를 살포하면 식물이 잘 안 죽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주 원장은 인테리어 등 미관상의 목적으로 식물에 맞지 않는 관리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홈 가드닝 목적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키우는 것은 좋지만, 그 친구가 좋아하는 환경인가 아닌가를 더 고민해야 한다며 "식물마다 생육 환경이 잘 맞는지를 잘 살펴봐야 하는데, 다육식물같이 빛 많이 봐야 하는 경우엔 주기적으로 베란다 가져다주고 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게 식물도 원하는 건가를 잘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식물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지잖아요. 요즘 심적으로 힘드신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위안받는 존재가 식물이지 않을까 싶어요.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물을 주고, 관찰하고, 어느 순간 돌아보면 자라나 있고…활력 받아 쑥쑥 크는 모습을 보면 기쁘잖아요"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