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없는 실손 청구, 모든 병원에서 가능? [슬기로운 금융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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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개정안에 강제조항은 없어
금융위, 중계기관 등 세부 시행령 논의
금융위, 중계기관 등 세부 시행령 논의
"이제 모든 병원에서 영수증 떼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지난 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이 첫 국회 문턱을 넘은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물론 본회의 통과라는 큰 산이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 실손보험을 간편하게 전산으로 청구할 수 있는 방안은 여야 이견이 없기 때문에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병원이 참여할 지, 데이터를 전산화하는 과정에 중계기관은 어디로 선정될 지 등 세부사항은 아직 논의가 필요합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의 남은 쟁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 지, 논란의 중심에 놓여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뜯어보겠습니다.
◆ 데이터 전산화되지만…강제조항은 없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은 말 그대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을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금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영수증과 진료세부내역서, 진단서 등을 종이서류를 받은 뒤 보험금청구서에 붙여 보험사에 팩스로 보내거나, 해당 서류들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 앱을 통해 보험사에 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진료 후 의료기관에 보험금 청구를 위한 데이터 전송만 요청하면 별도의 서류 없이도 청구가 완료되는 시스템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의료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진료비 계산서나 영수증 등을 종이로 출력할 필요없이 전산으로 바로 보험사에 쏴주는 형태입니다.
이번에 법안소위 문턱을 넘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법률안 제102조의6 제1항을 보면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금을 취득할 자 또는 그 대리인은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진료비 계산서, 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 등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서류를 보험계약자가 가입한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2항을 살펴볼까요. '제1항의 요청을 받은 요양기관은 의료법 제21조 및 약사법 제30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 이어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요청 방법과 절차, 전송방식 등에 필요한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언뜻 보면 모든 병원에서 가입자의 요청에 따라줄 것 같지만, 사실 강제조항은 아닙니다. 통상 법령에서는 강행규정을 두면 위반에 따른 조치, 즉 과태료 등에 대한 조항이 함께 있는데 빠져있죠. 워낙 의료업계의 반발이 심해 위반에 따른 조치 조항을 넣기가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때문에 현재 법안 그대로라면 '모든 의료기관에서 전산화가 가능해집니다'라고 확답할 순 없습니다. 병원에서 '정당한 사유'를 대면 데이터를 전달하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금융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사안인 만큼 앞으로 논의를 통해 세부사항이 마련될 전망입니다. 현재 금융위는 복지부와 의료업계, 금융위와 함께 회의체 운영을 통해 세부사항 조율에 나서고 있습니다.
◆ 보험사와 의료기관 사이엔 누가?
또 하나의 남은 쟁점은 바로 중계기관, 보험사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데이터 전송을 맡아줄 전송대행기관입니다. 해당 법안이 발의됐을 당시부터 중계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맡을 것으로 점쳐져왔습니다. 심평원은 보험심사를 맡아온 기관이기 때문에 수십년간 쌓여온 데이터들이 있고 이미 보험사와 의료기관간 전산 인프라 역시 구축돼 있는 상태입니다. 새 기관을 선정하는 것보다 전산 구축과 관련한 비용들이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도 크게 선호하는 기관입니다.
하지만 의료업계는 너무나 많은 의료 데이터, 민감 데이터들이 심평원에 쌓이게 되면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선정하는 데에는 결사 반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보험 요율산출과 통계를 담당하는 보험개발원이 대안책으로 떠올랐죠. 다만 보험개발원은 심평원처럼 의료기관과의 전산시스템 구축이 돼있지 않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의료업계는 현재 두 기관 모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의료업계는 최근 공동성명서를 통해 "자료전송을 위해 중계기관이라는 중간단계를 놓는 것이 과연 청구 간소화 방향에 맞는 것인지, 오히려 정보 유출 위험이 그 만큼 커지는 것 아닌 지 기본적인 검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득이 중계기관이 필요하다면 "자료의 집적금지, 이해단체와 무관한 공적기능 수행기관 선정, 중계기관으로의 자율적인 전송방법 보장, 중계기관 모니터링 등 운영 전반에 관여하는 전담기구 설치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의료업계의 입장입니다. ◆ "종이냐 전산이냐 차이…악용 없을 것"
의료업계가 이토록 중계기관 선정에 예민한 이유는 바로 의료데이터들이 한 곳에 쌓이게 되면 병원별로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수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의료데이터는 일반 데이터와 달리 민감정보들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추후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이에 대한 우려를 일축합니다.
이미 현재도 형태만 종이로 전달될 뿐 보험금 청구를 위한 데이터는 모두 보험사에 전달되는 상황이고, 이 형태를 보다 간소화한다고 해서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모든 병원진료 내역이 보험사에 전달되면 보험가입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는데, 보험업계는 "이미 현재도 질병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되는 사안"이라며 "데이터가 전송되는 형태만 바뀔 뿐 보험 가입이나 보험금 지급에 대한 기준은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오히려 그 동안 귀찮아서 청구를 하지 않았거나, 복잡한 절차로 포기해버렸던 소액 보험금 청구건이 더 늘어나 가입자들에게 더 이득일 것이란 게 보험업계의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금도 더 줘야 하고 전산구축 비용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데, 왜 실손보험 간소화를 찬성하는 걸까요?
보험사들이 원하는 것은 개개인의 민감 데이터가 아니라 보다 큰 분류의 특정 질환 의료데이터입니다. 현재 보험산업은 저출산 가속화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불가피한 상황이죠. 여기에 고령화까지 빨라지면서 질병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보험까지 등장하고 있고 있습니다. 보험에 가입할 사람이 점점 줄고 있는 만큼 새로운 '맞춤 상품' 개발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그 동안 의료데이터는 민감 개인정보로 분류돼 있어 민간 기관이 활용할 수 없었는데 이를 통해 맞춤형 상품개발은 물론 나아가 헬스케어까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정보보안에 대한 보완책은 반드시 필요하겠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런 우려들을 모두 해소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 슬기로운 TIP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가입자들은 영수증을 챙기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하나요? 지금도 '영수증 없이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의료기관'들이 있습니다. 현재 보맵이나 네이버페이 등 플랫폼사들은 서류 없이도 보험금 청구를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다만 보험금청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제휴를 맺은 의료기관만 가능해 그 수는 제한적입니다. 주로 규모가 큰 대형병원들이 제휴돼 있는데, 서류 없이 보험금 청구를 하고 싶다면 해당 플랫폼 서비스에서 병원이나 약국 이름을 검색해 제휴 여부를 확인한 뒤 이용하면 됩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
지난 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이 첫 국회 문턱을 넘은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물론 본회의 통과라는 큰 산이 남아있긴 하지만 현재 실손보험을 간편하게 전산으로 청구할 수 있는 방안은 여야 이견이 없기 때문에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병원이 참여할 지, 데이터를 전산화하는 과정에 중계기관은 어디로 선정될 지 등 세부사항은 아직 논의가 필요합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의 남은 쟁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 지, 논란의 중심에 놓여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뜯어보겠습니다.
◆ 데이터 전산화되지만…강제조항은 없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은 말 그대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을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금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영수증과 진료세부내역서, 진단서 등을 종이서류를 받은 뒤 보험금청구서에 붙여 보험사에 팩스로 보내거나, 해당 서류들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 앱을 통해 보험사에 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진료 후 의료기관에 보험금 청구를 위한 데이터 전송만 요청하면 별도의 서류 없이도 청구가 완료되는 시스템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의료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진료비 계산서나 영수증 등을 종이로 출력할 필요없이 전산으로 바로 보험사에 쏴주는 형태입니다.
이번에 법안소위 문턱을 넘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법률안 제102조의6 제1항을 보면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금을 취득할 자 또는 그 대리인은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진료비 계산서, 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 등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서류를 보험계약자가 가입한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2항을 살펴볼까요. '제1항의 요청을 받은 요양기관은 의료법 제21조 및 약사법 제30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 이어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요청 방법과 절차, 전송방식 등에 필요한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언뜻 보면 모든 병원에서 가입자의 요청에 따라줄 것 같지만, 사실 강제조항은 아닙니다. 통상 법령에서는 강행규정을 두면 위반에 따른 조치, 즉 과태료 등에 대한 조항이 함께 있는데 빠져있죠. 워낙 의료업계의 반발이 심해 위반에 따른 조치 조항을 넣기가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때문에 현재 법안 그대로라면 '모든 의료기관에서 전산화가 가능해집니다'라고 확답할 순 없습니다. 병원에서 '정당한 사유'를 대면 데이터를 전달하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금융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사안인 만큼 앞으로 논의를 통해 세부사항이 마련될 전망입니다. 현재 금융위는 복지부와 의료업계, 금융위와 함께 회의체 운영을 통해 세부사항 조율에 나서고 있습니다.
◆ 보험사와 의료기관 사이엔 누가?
또 하나의 남은 쟁점은 바로 중계기관, 보험사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데이터 전송을 맡아줄 전송대행기관입니다. 해당 법안이 발의됐을 당시부터 중계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맡을 것으로 점쳐져왔습니다. 심평원은 보험심사를 맡아온 기관이기 때문에 수십년간 쌓여온 데이터들이 있고 이미 보험사와 의료기관간 전산 인프라 역시 구축돼 있는 상태입니다. 새 기관을 선정하는 것보다 전산 구축과 관련한 비용들이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도 크게 선호하는 기관입니다.
하지만 의료업계는 너무나 많은 의료 데이터, 민감 데이터들이 심평원에 쌓이게 되면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선정하는 데에는 결사 반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보험 요율산출과 통계를 담당하는 보험개발원이 대안책으로 떠올랐죠. 다만 보험개발원은 심평원처럼 의료기관과의 전산시스템 구축이 돼있지 않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의료업계는 현재 두 기관 모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의료업계는 최근 공동성명서를 통해 "자료전송을 위해 중계기관이라는 중간단계를 놓는 것이 과연 청구 간소화 방향에 맞는 것인지, 오히려 정보 유출 위험이 그 만큼 커지는 것 아닌 지 기본적인 검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득이 중계기관이 필요하다면 "자료의 집적금지, 이해단체와 무관한 공적기능 수행기관 선정, 중계기관으로의 자율적인 전송방법 보장, 중계기관 모니터링 등 운영 전반에 관여하는 전담기구 설치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의료업계의 입장입니다. ◆ "종이냐 전산이냐 차이…악용 없을 것"
의료업계가 이토록 중계기관 선정에 예민한 이유는 바로 의료데이터들이 한 곳에 쌓이게 되면 병원별로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수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의료데이터는 일반 데이터와 달리 민감정보들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추후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이에 대한 우려를 일축합니다.
이미 현재도 형태만 종이로 전달될 뿐 보험금 청구를 위한 데이터는 모두 보험사에 전달되는 상황이고, 이 형태를 보다 간소화한다고 해서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모든 병원진료 내역이 보험사에 전달되면 보험가입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는데, 보험업계는 "이미 현재도 질병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되는 사안"이라며 "데이터가 전송되는 형태만 바뀔 뿐 보험 가입이나 보험금 지급에 대한 기준은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오히려 그 동안 귀찮아서 청구를 하지 않았거나, 복잡한 절차로 포기해버렸던 소액 보험금 청구건이 더 늘어나 가입자들에게 더 이득일 것이란 게 보험업계의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금도 더 줘야 하고 전산구축 비용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데, 왜 실손보험 간소화를 찬성하는 걸까요?
보험사들이 원하는 것은 개개인의 민감 데이터가 아니라 보다 큰 분류의 특정 질환 의료데이터입니다. 현재 보험산업은 저출산 가속화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불가피한 상황이죠. 여기에 고령화까지 빨라지면서 질병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보험까지 등장하고 있고 있습니다. 보험에 가입할 사람이 점점 줄고 있는 만큼 새로운 '맞춤 상품' 개발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그 동안 의료데이터는 민감 개인정보로 분류돼 있어 민간 기관이 활용할 수 없었는데 이를 통해 맞춤형 상품개발은 물론 나아가 헬스케어까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정보보안에 대한 보완책은 반드시 필요하겠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런 우려들을 모두 해소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 슬기로운 TIP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가입자들은 영수증을 챙기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하나요? 지금도 '영수증 없이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의료기관'들이 있습니다. 현재 보맵이나 네이버페이 등 플랫폼사들은 서류 없이도 보험금 청구를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다만 보험금청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제휴를 맺은 의료기관만 가능해 그 수는 제한적입니다. 주로 규모가 큰 대형병원들이 제휴돼 있는데, 서류 없이 보험금 청구를 하고 싶다면 해당 플랫폼 서비스에서 병원이나 약국 이름을 검색해 제휴 여부를 확인한 뒤 이용하면 됩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