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칼럼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사진 : 김기남 기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사진 : 김기남 기자
올해는 애덤 스미스가 태어난 지 300년이 되는 해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일컫는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 ‘이기적 인간’으로 유명하지만, 본질적인 도덕 철학자로서 그의 고민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2권의 책 중 그가 심혈을 기울여 쓴 1759년 <도덕감정론>이 1776년 집필한 <국부론>보다 상대적으로 묻혀 있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사상은 오늘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특히 사회(S)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사람의 중요성,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통해 단순 자본이 아닌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0년 이상 애덤 스미스를 연구해온 이몬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장의 말에 따르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며, 기업은 사람의 본성, 공감에 기초해 도덕적이어야 한다. 기업가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는 ‘공감’을 중요시해야 한다. 공감을 통해 사람은 더 도덕적 활동을 하게 된다. 이처럼 그는 ‘애덤 스미스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공감’이라고 정의한다.

기업은 인간 본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공감 능력을 본성으로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도덕 감정의 출발이 된다. 애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의 앞부분을 공감으로 시작한 것은 이러한 이유였을 것이다. 이 공감이 그의 도덕철학의 출발점이 되었고, 기업 경영의 성공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애덤 스미스의 사람과 공감 기반의 기업가정신은 한국의 ESG 경영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애덤 스미스의 기업가정신은 단순 자본보다 공감과 사람을 강조한다. 기업은 사람의 본성, 공감에 기초해 도덕적이어야 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가의 탁월한 공감 능력은 기업을 운영할 때 직원들이 어떤 일을 잘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인재들을 격려하며, 결국 기업을 하나로 이끈다. 이것이 더 큰 혁신 성과를 만들어내는 원천이 된다. 기업가의 공감 능력은 인간의 창의력을 증진하고, 불평등을 개선하며, 삶의 질을 높여 경영활동이 곧 도덕 활동이 되도록 만든다.

둘째, 애덤 스미스가 생각하는 공감이 있는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를 통해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이 가장 가난한 사람의 처지를 돌보는 것이다. 이몬 버틀러는 이를 위해 공감과 함께 신중함, 정의, 자비심, 신뢰를 기업가가 가져야 할 4가지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중한 기업가는 단기 이익이나 탐욕을 버리고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며, 정의롭고 자비를 베푸는 자애로움, 신뢰가 있어야 결국 이해관계자와 고객의 충성을 얻고 기업을 성공하게 한다.

셋째,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이전에 도덕감정론을 통해 정신과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감정은 도덕철학의 출발이고, 기업가는 인간 본성의 도덕 감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무엇보다 ’정신‘이어야 한다. 혁신은 수단이고 결과다. 정신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문화를 만들고, 문화가 문명을 만든다. 결국 기업가의 ’정신과 철학‘이 ESG 혁신과 문명을 만들게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추격 경제에서 선도자 경제로 바뀌는 시점에서 기업가정신은 혁신을 만들어내는 동력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에서 혁신이라는 결과만 강조되고 사람의 희생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혁신은 ‘가죽을 벗기는 아픔‘이란 뜻이다. 애덤 스미스의 공감에 기반한, 사람에게 초점을 둔 기업가정신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혁신만 강조하는 기업가정신과 ESG 경영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